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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고래
트로이 하월 지음, 리처드 존스 그림, 이향순 옮김 / 북뱅크 / 2019년 10월
평점 :






한 편의 시 같은 그림책
이 책은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나는 고래의 여정을 담고 있다. 커다란
유리 어항에서 한 번도 유리 떠나 본 적이 없이 살고 있는 고래의 이름은 바로 ‘웬즈데이(Wednesday)’이다. 웬즈데이라는 이름은 수요일이라는 뜻이다. 일주일의 한가운데 있는 수요일처럼 웬즈데이는 세상 한가운데 있다. 사람들도
자동차도 해와 달, 별, 세상 모든 것이 웬즈데이 주변을
빙빙 돈다. 어느 날 웬즈데이는 저 먼 곳에 있는 파란 무언가를 보았다.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파랑, 그것은 웬즈데이가 아주 높이 뛰어오를
때만 보였다. 그것을 볼 때마다 웬즈데이는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다.
웬즈데이는 날마다 유리 어항 안에서 천천히 헤엄치며 세상을 바라보았다. 사람들과
자동차가 지나가고 낮과 밤이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파란 무언가가 생각났다. 웬즈데이는 높이 뛰어올랐다. 파랑은 여전히 있었다. 아름다웠다. 웬즈데이는 다시 뛰어올랐다. 그 파랑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웬즈데이가 뛰어오를 때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손뼉을 쳤다. 웬즈데이는 파랑이 보고 싶어 자꾸만 뛰어올랐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소리 지르며 좋아했다. 때때로 웬즈데이는
어항 바닥에 누워 쉬었다. 어느 날 아침 ‘파이퍼’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자아기가 다가왔다. 유리 어항을 톡톡 두드려
웬즈데이를 불렀다. 아이는 웬즈데이에게 진짜 너의 집은 여기가 아니고 바다라는 이야기를 해 준다. 과연 웬즈데이는 자신이 평생 살았던 커다란 유리 어항을 벗어나 바다로 갈 수 있을까?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자유[freedom, 自由]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러한 상태를 말한다. 방종(放縱)과 자유(自由)는 다르다. 이것을 알고 깨닫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기도 하지만 때론 규제를 가하기도
한다.
평생을 수족관에 살고 있던 ‘웬즈데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래에게 멀리서 언뜻 보았던 파랑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알 수 없는 두근거림으로 다가 온다. 그러던 중 ‘파이퍼’라는
이름의 아이가 말해준 진짜 집인 ‘바다’에 대해 생각을 하자
웬즈데이는 더욱더 파랑이 몹시 보고 싶어 진다. 육중한 몸으로 최대한 점프를 하다 결국 꼬리로 어항
테두리를 치는 바람에 물이 넘쳐 결국은 바다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과 닮은 고래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책의 묘미는 하늘을 향해 하늘 높이 솟구치는 ‘웬즈데이’의 모습이 마치 생생하게 느껴진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내내 1998년 개봉한 짐 캐리가 주연한 영화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가 떠올랐다. 짐 캐리를 지켜보는 수 많은 사람들에겐 주인공은 단순한 장난감에
불과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은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살고 있는 모습을 풍자하여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큰 울림을 주는 영화로 기억 된다.
길들여지는 것은 좋은 의미가 될 수 있지만 자연과 벗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는 의미에서는 웬즈데이에겐
그루밍 (grooming)은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듯 하다. 자유를 찾기 위해 위험천만한 모험을 감행하는 고래의 모습은 아이와 부모에게도 동일한 도전을 주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