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의 품
박철 지음, 김재홍 그림 / 바우솔 / 2019년 8월
평점 :




엄마가 최고!
이 책은 엄마의 품에만 안기면 무서울 게 없었던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70~80년대 어느 시골의 한적한 마을인 듯 보인다. 책의 제목에 나온 ‘품’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1. 윗옷의 겨드랑이 밑의 가슴과 등을 두르는 부분의 넓이. 2. 윗옷을 입었을 때 가슴과 옷 사이의 틈. 3. 두 팔을 벌려서
안을 때의 가슴. 이라고 명명한다. 하지만 엄마의 품 하면
이러한 단어의 뜻보다는 따뜻함, 사랑, 그리움 같은 감정이
앞설 수 밖에 없다.
주인공인 초등학교 1학년 무렵쯤이고 계절은 장마철이다. 주인공의 엄마는 논으로 피사리(제철보다 늦게 농작물을 수확하는 일)를 나갔다. 수업을 마친 주인공은 더위 속 일하는 엄마를 위해 작은
물주전자에 시원한 우물물을 떠서 들길로 물심부름을 나갔다. 논둑길 위로 고추잠자리가 앞서 나가고 메뚜기는
볏 잎 속에서 숨바꼭질하고 내 주머니 안엔 속이 하얀 크림빵도 하나 있었다.
갑자기 파란 하늘이 갑자기 잿빛으로 바뀌면서 멀리 행주강(고양지역에서는
한강을 행주강이라 부르기도 하였음) 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온 세상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주인공은 덜컥 겁이 났다.
톡톡 한두 방울 내리던 비는 대지를 적시며 갑자기 물세례를 쏟았다. 인적 하나 없는 들판에
어둠이 내리고 장대비가 쏟아지고 논길에선 주먹만 한 참개구리들이 놀란 듯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미끈거리는 고무신이 자꾸 발바닥을 벗어났다. 몸이 젖을수록 겁이 났다. 무작정 방향도 모른 채엄마를 향해 내달렸다. 엄마 모습만 떠올랐다. 과연 주인공을 엄마를 무사히 만날 수 있을까?
8살은 아직 어린 아이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밤에 이불에 오줌도 싸고 밤에 홀로 자려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나면 엄마 품에 쪼르르 안기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런 8살인 주인공은 엄마를 위해 물주전자를 가지고 논으로 향하다
갑자기 어두컴컴해지는 먹구름과 쏟아지는 장대비에 그만 놀라고 만다.
책을 읽는 부모들은 이러한 경험을 한 두 번 이상 해봤을 것이다. 눈
앞에서 떨어지는 번개,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울려 퍼지는 천둥, 하교
길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온 몸을 적신 채 외롭게 집에 갔던 기억들
시골에 살아 본 적 없던 이들도 누구나 쉽게 공감 할 수 있도록 작가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를 많이 배치해
둔 듯 하다. 엄마를 위해 혹은 나중에 먹기 위해 남겨 놓은 학교에서 준 하얀 크림빵,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물세례로 표현 하는 것, 지금은 잘 볼 수
없는 검정 고무신 등은 도시에만 살았어도 누구나 손쉽게 상상 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주인공은 수로 밑에 숨어 있던 엄마를 만나게 되고 엄마는 반가움과 동시에 걱정 때문에 버럭 아이에게 혼을 내고
마는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겨지고 당시의 어머니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듯 하다. 단순히
글로만 말을 접했을 뿐이지만 눈 앞에서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철이야? 아이고, 이놈아 이 빗속에 집으로 내달려야지 이리로 오면 어떻게 해. 이놈아!" 이 글을 읽으면서 뭔가 알 수 없는 뭉클함을 느꼈다. 주인공의
엄마는 대뜸 등짝부터 내리치고 그 다음 자신의 옷자락으로 주인공을 얼굴을 닦아 주고 볼을 비비고 바라보며 꼭 안아준다.
여기에서 나는 기독교인으로써 마치 하나님이 오버랩 되었다. 가끔 하나님은
알 수 없는 고난과 고통으로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지만 하나님은 나의 눈물을 닦아주고 나의 고통 소리에 귀 기울여주시고
나를 꼭 안아주시는 것처럼 나는 느껴졌다.
시골에서 자랐던 지금의 조부모 세대, 그리고 시골을 경험했던 지금의
부모 세대, 또한 시골을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현재의 자녀 세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감동적이고 좋은
동화 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