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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똥돼지
박영옥 지음, 전명진 그림 / 자주보라 / 2019년 8월
평점 :





똥을 통해 정을
나누다
이 책은 제주도 똥돼지를 통해 재미와 우정을 느낄 수 있다. 유아기
시절 아이들은 똥, 코딱지, 똥꼬 같은 단어만 말해도 까르르
웃어 넘긴다. 이것을 프로이트는 ‘구강기’라고 표현 했다. 동화 속 화자는 똥돼지 이다. 주인공 똥돼지는 할머니 할아버지네 뒷간 아래층에 산다. 할머니는 아침마다 엉덩이를 쥐고 뒷간으로 후다다닥 뛰어
올라간다. 천장에 뚫린 작은 창으로 할머니 엉덩이가 쑤욱 나오면 맛있는 냄새가 풍겨 온다. 할머니는 긴 막대기를 휘휘 저으며 따끈따끈한 똥 덩어리를 떨어뜨려 주신다. 할머니는
귀가 잘 안 들리시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할아버지 엉덩이가 쑤욱 튀어 나온다. 할아버지한테서 구수한 냄새가 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감자 똥이다. 달콤한 옥수수 똥, 매운 고추 똥,
동글동글 콩 똥
새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추운 겨울날 할아버지는 내가 사는 1층에 따뜻한 짚과 마른 풀을 두툼히 깔아 주셨다.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나를 위해 배 속에 먹을 것을 채우러 먼 길을 떠나셨다.
다음 날 할머니한테 호박 똥, 보리 똥, 배추
똥, 감자 똥 맛있는 똥이 가득 나왔다. 멀리서 늑대가 나를
잡아 먹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있는 힘껏 울부짖었지만 귀가 잘 안들리는 할머니는 반응이 없었다. 과연 주인공 똥 돼지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동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똥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러한 똥이 맛있다라는 표현과 더불어 나오기에 아이는 계속 깔깔 거리면서
흥미롭게 책을 읽는다. 제주도에 여행을 가 본 이들은 꼭 먹는 다는 똥 돼지구이를 비롯해 지금도 보존되어
있는 똥 돼지 우리를 볼 수 있다.
늑대의 공격에 할아버지는
막대기를 들고 늑대에게 다가가고 집에 있던 소와 강아지도 똥 돼지와 함께 늑대에게 맞서 싸운다. 결국은
늑대는 도망을 가고 배가 아팠던 할아버지는 뒷간에 가지 못하고 바지에 큰일을 보고 만다. 하지만 똥
돼지는 할아버지가 고맙고 구수한 냄새에 할아버지에게 안기는 모습이 인상 적이다.
돼지는 인간의 인분을
먹고 돼지의 똥은 천연적인 비료가 되어 농사의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순환을 유머러스하게 익힐 수 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할머니와 그러한 할머니는 기다려주는 할아버지, 그들의
똥을 먹고 사는 똥 돼지 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