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대로 안 씻는 코딱지 방귀 나라 ㅣ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55
엘리즈 그라벨 지음, 마갈리 르 위슈 그림, 박선주 옮김 / 책과콩나무 / 2019년 7월
평점 :





어린이 공화국
이 책은 아이들만 사는 나라는 어떤 모습일지 즐거운 상상을 하도록 도와준다. 어린
아이였을 때는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막상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모습이 그리워 진다.
현재 부모들은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쉽게 나약하다고 불쌍하다고 혹은 풍요롭다고 똑똑하다고 쉽게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 뿐이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았고
진화 했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만 모여 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엉뚱한 상상을
바탕으로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 간다. 코딱지처럼 지저분하고 방귀처럼 냄새가 고약한 아이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 아이들은 아주 깊은 숲 속에 산다. 나무
위에 새 둥지 같은 집을 지어 놓고 산다. 이곳에는 어른이 필요 없다.
아이들 스스로 뭐든 다 헤쳐 나간다. 낚시로 물고기를 잡고 열매를 따 모아 불을 피우거나
마실 물도 찾아낸다. 밤이 되면 별을 보고 길을 찾는다. 마을
어른들이 강에 버린 쓰레기를 건져 낸다. 양파 망에 낙엽을 채워 넣어 축구공을 만들고 깡통으로 냄비를
만든다. 과자 봉지에 적힌 글자를 보고 글도 배운다. 남은
쓰레기는 쓰레기 처리장에 갖다 놓는다 그곳을 화장실로 쓰기도 한다.
이곳 아이들은 절대로 씻지 않는다. 그래서 '코딱지 방귀 나라'라고 불린다. 이곳에는
동물들 말고 아무도 오지 않기에 안 씻는 것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들은 동물들과 아주 친하다. 코딱지 방귀 나라 대장은 키 작은 꼬꼬마 여자 아이 ‘소피’ 이다.
마리 원장은 마을에 있는 고아원 원장이다. 아주 깔끔하기로 소문이
났다. 고아원에는 넓고 깨끗한 욕실과 먼지 하나 없는 교실이 있었다.
마리 원장은 바르게 행동하지 않는 아이를 아주 싫어했다. 특히 더러운 아이는 더욱더 싫어했지만
고아원이 텅텅 비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전부 숲에서 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리 원장은 숲에 사는 코딱지 방귀 나라 아이들을 붙잡아 자신의 멋진 고아원에 살게 할 작전을 세운다. 아이들을 데려와 씻기고 손발톱을 자르고 옷을 입혀서 학교에 보내 예절을 가르치자고 마을 어른들을 설득했다.
마리 원장은 거대한 목욕 기계를 만들었다. 더러운 아이들을 위한 목욕
기계이다. 아이들을 전부 목욕 기계 속에 집어 넣기 위해 만들었다. 마리
원장은 아이들을 꾀어내기 위해 장난감을 목욕 기계 속에 넣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꺼내려고 기계 속으로
들어가면 재빨리 기계 문을 닫아 버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장난감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양파 망으로 만든
축구공 하나면 충분했다. 마리 원장은 더욱 악랄한 계획을 세운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사탕과 과자, 피자랑 감자칩, 샌드위치, 초코 케익으로 꾸며진 파티 상과 더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조랑말도 데려 왔다.
멀리 숲 속에서 아이들은 피자 냄새를 참을 수 없었고 마리 원장의 계획대로 전부 고아원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방귀 나라 대장 소피만 나무 위에서 계속 의심했다. 과연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하지만
불과 몇 십년전만 해도 10살이 되기 전에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동생들을 돌 보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10살은 초등학교 3학년에 불과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 정도 나이면 되면 농사일을 물론 집안일도 거들어야 했다. 심지어 다른 집 식모로 팔려가는 일도 있었다. 100년 200년전 이야기가 아닌 30~40년전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씻는 것을 제외하곤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고 즐겁게 살아가지만 그 모습을 못 마땅하게 여기는 마리 원장으로
대표되는 인물을 통해 어른과 아이의 대립 구조를 만든다. 하지만 결국은 목욕 기계를 망가트리고 탈출을
하고 심지어 몰래 파놓은 구덩이를 통해 어른들을 재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유약한 아이의 모습은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책은 끊임없이 보여준다. 옷을 다 벗고 스스럼 없이 생활 하는 모습, 독성이 있는 동물과도
친하게 지내는 모습, 최신 장난감에 눈길을 주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이 만든 단순한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 어설프지만 서로 대화를 통해 재판을 하는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어른들을 용서하는 모습은 아이들의
마음이 어떠한지 부모인 어른들에게 보여주며 또한 책을 읽은 아이들에겐 즐거운 상상을 하도록 도와주는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