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 노회찬이 꿈꾸는 정치와 세상
노회찬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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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 꿈꾸는 정치와 세상

 

이 책은 노회찬 전 의원을 기억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와 회고 그리고 노회찬 전 의원의 국정 연설문으로 구성 되어 있다. 노회찬 전 의원의 서거 1주기를 맞이 하여 그를 추모하는 다양한 책과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가 남긴 한국 정치사의 발자국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듯 하다.

 

모든 이에게 과오는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이토록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언어의 연술술자이며 촌철살인의 대가, 진보를 대표하는 인물로 그의 모든 것을 대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간 그가 했던 인터뷰와 그를 기억하는 인물들의 기억들 그리고 그의 국정 연설문에 줄기차게 나오는 노동자를 대변하고 그들의 권익과 사회의 거대 악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노회찬 전 의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삼성 X파일 일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은 물론 국회의원직 박탈을 경험하였지만 이 사건을 통해 전국구 스타 국회의원으로 발돋음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삼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 위에 있다는 삼성의 중심부를 찌른 그의 용기와 결단은 긴 시간이 지났지만 많은 이들에게 아직도 큰 충격을 주고 있는 듯 하다.

 

그는 단호하게 자신의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밝힌다. 그것은 바로 거대 권력에 과감하게 맞서서 한국 사회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 즉 제도와 정책을 바로 세우고 진보정당이 온전히 자기 역할을 하게끔 만드는 일, 특히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와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는 단편적인 정책이나 사탕발림 같은 접근으로는 안 된다. 한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우리 현실에서 무엇을 우선 순위로 해서 정책이 운영되고 실행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종합적인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진보의 이름으로, 진보의 목소리로 자신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법부의 재판 결과가 얼마나 현실성이 결여 되어 있는 지 재벌 총수에 대한 판결과 일반 노동자에 대한 판결의 결과를 두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로 설명을 한다. 80여 만 원 훔친 중국집 배달원이 징역 10개월을 받는 반면에 3천억을 해먹은 그것도 형제간의 다툼 때문에 모든 증거가 다 드러난 사람은 구속조차 안 되었다. 회삿돈 3000억을 횡령해서 가정부 월급을 준 사람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런데 판결문을 보면 "다년간 경제발전을 위해서..."라고 굳이 재벌 총수의 편에 서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세 살짜리 아이가 저지른 잘못은 용서하더라도 서른 살짜리 어른이 저지른 잘못은 더 크게 처벌해야 하는 것인데도 사회적 지위와 권한을 가졌던 사람을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오히려 그것이 감형의 사유로 버젓이 명시된다.

 

"평생을 노동자로 살면서 근대화를 위해 희생한 것을 감안하여.." "평생을 농민으로 국민들의 식량을 위해..."이런 것도 없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것이 아니라 기득권층들은 사법부의 판결 앞에서도 기득권을 인정 받는다. 2등 국민은 대법원에서도 2등 국민으로 대우받아도 된다는 것이 사법부의 현실 인식인 듯 하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덜 민주화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시작된 로스쿨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다. 특히 변호사 수가 증가하면 수준이 떨어지고 과도한 경쟁으로 사회가 더 혼탁해질 것이라는 유려가 많았다. 그에 대해 전 의원은 (당시) 현재 법률 서비스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래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너무 적지만, 법조인 수를 제한함으로써 법률 시장에서 서비스의 가격을 높게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법률 기득권자들의 생각이고 논리이다. 노회찬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 변호사와 의사가 잘 사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라고 밝힌다. 변호사와 의사가 별로 잘 살지 않는 사회, 들인 노력에 비하면 조금 고생을 많이 하는 사회가 오히려 더 좋은 사회일 수 있다고 보았다.

 

정치에서 이루고자 하는 꿈으로는 진보와 보수의 세력 균형이 너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21세기의 산업국가로서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와 서민의 목소리가 아직은 너무 약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고도 성장 속에서 희생만 강요당한 노동자와 농민 등 서민들의 편에 서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동장의 산재 인정 투쟁, KTX 노동자 부당해고 투쟁 등등 그가 실천했던 수 많은 일들은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의 정신은 아직도 살아 숨쉬는 듯 하다. 다시 한번 노회찬 전 의원같은 일반 서민들이 알아듣기 쉬운 비유와 설명, 그리고 비록 좁은 길임을 알지만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인물이 속히 나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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