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완역판, 반양장) 세계기독교고전 15
존 번연 지음, 유성덕 옮김,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천국 가는 길에서 겪은 일들을 기록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천로역정 (天路歷程)이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고 하는 이 유명한 책은 17세기 당시 영국의 청교도 신앙을 잘 묘사한 책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우선 청교도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청교도(Puritan, 淸敎徒) 16~17세기 영국 및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칼뱅주의의 흐름을 이어받은 프로테스탄트 개혁파를 일컫는 말로 엄격한 도덕, 주일(主日:일요일)의 신성화 엄수, 향락의 제한을 주창한 이들이다.

청교도들(puritan)은 영국 국교회에서 로마 카톨릭 적인 방식을 모두 제거한(purge) 순수함(purity)을 주장한 무리들로써 puritan이라는 말은 '너무 도덕적으로 엄격한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교회의 해석이나 전승보다 성경의 권위를 존중하고, ② 예배에서 가톨릭의 미신적 요소를 배격하며, ③ 특권 계급을 암시하는 사제들의 제복 폐지, 성만찬의 비성경적 의식을 반대하였다. 이렇게 교회의 개혁과 정화를 요청했다 하여 이들은 '퓨리턴'(Puritan)으로 불렸다.

 

그렇다면 왜 이 책이 청교도 신앙을 잘 묘사 하였고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 되었을까? 이 책은 1678년에 처음 출판 되었고 저자는 옥중에서 집필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이 우리말로 처음 옮겨진 것은 1895년이고 당시의 언어와 그림을 포함된 책으로 근대의 첫 번역소설이 되었다.

천로역정이라는 책이 기독교 최고의 고전은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 책에는 기독교의 기본적인 진리를 비롯한 다양한 신학적 용어를 기교 없는 비유로만 설명하고 있다. 택함, 부르심, 칭의, 성화, 영화 등을 전문적인 신학적 지식이 없이도 책을 따라서 읽어 가다 보면 저자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성화의 과정을 중요하고 상세하게 기록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로 시인하면 무조건 천국에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성경에서는 마음으로 믿어 입으로 시인하면 천국에 간다고 했지만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분명한 언급을 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무시하거나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구원은 한 순간에 이뤄질 수 있겠지만 성화의 과정은 한 순간에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강조한 성화[(sanctification)란 기독교 신학에서 사용하는 신학적 용어인데, 성도가 일생을 살면서 그의 신앙적 삶이 거룩하게 되어가는 과정이나 행위]의 과정을 뜻한다.

저자인 존 번연은 원래 무식하고 불량스러운 떠돌이 땜장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성경의 존재를 인식하면서부터 탐구하고 연구하여 결국엔 17세기 영국 청교도 문학을 대표하는 산문작가가 되었다.

책은 크리스천이라고 하는 한 남자가 성경을 읽고서 자기의 죄를 뉘우치고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여 여행하는 이야기가 1, 처자가 남편을 따라 같은 길을 가는 것이 2부로 구성 되어 있다. 길을 가는 도중 통과하는 갖가지 난관이나 방해자들은 모두 성경적 알레고리, 은유, 상징을 사용하여 묘사하였다. 참된 진리란 비록 그것이 거칠고 애매한 문구로 쓰여졌다 할지라도 판단력을 고취시키고,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이해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잘못된 고집을 꺾어 주며, 우리의 기억과 상상을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워 주고, 또한 우리의 여러 가지 고통조차도 가라앉혀 준다.

한 인간이 영원불멸한 하늘의 상을 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이 어디를 떠나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행하고 무엇을 행하지 않는지 부여 주고 있으며, 하늘나라 영광의 문 앞에 이를 때까지 얼마나 뛰고 또 뛰는지 그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마치 영원한 왕관을 얻을 것처럼 인생 행로를 급히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주고, 어떠한 이유 때문에 그들의 노고가 아무 쓸모 없게 되고 마침내는 바보처럼 죽음에 이르게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 주인공인 크리스천이 십자가를 통해서 죄 짐을 벗는 것을 1/3지점에서 이미 밝힌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여기까지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후 2/3는 힘들고 고되고 때론 지루하고 답답하고 죽음까지 내몰리는 상황으로 책은 전개가 된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기독교인은 상당히 의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를 잘 다니고 하나님 믿는다고 고백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이러한 신앙에 대해 그것이 아니고 묵묵히 끝까지 걸어가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보여준다.

이 책의 줄거리는 단순 할 수 있다. 주인공인 크리스천은 어느 날 꿈을 통해 자신의 고향인 멸망의 도시의 상태와 앞날에 대해서 알게 되고 이를 계기로 길(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는 자신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복음전도자를 따라 좁은 문(천국을 향하는 길)향해 길을 떠난다. 그 길에서 선의를 만나고 해석자도 만나고 기름부음을 만난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복음을 깨닫고 인내를 배우고 천국을 소망하게 된다. 주인공은 십자가 앞에서 그 동안 자신에게 있던 죄 짐을 벗고 다른 옷, 즉 흰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궁전에서 갑옷과 투구를 하고 여러 골짜기를 지나면서 마귀를 만나 물리치기도 한다. 동행을 하던 믿음은 순교를 하지만 감옥에서 풀려난 주인공은 소망과 함께 결국 천국에 들어간다.

이 책이 여전히 사랑 받는 이유는 내용이 훌륭하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시대를 역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뉴스에서 나오는 기독교 소식은 열에 아홉은 안 좋은 소식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한국인들의 3대 종교(기독교, 천주교, 불교) 중에서 가장 신뢰도가 낮은 종교는 기독교가 되었고 유일하게 기독교 인구만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신뢰도와 교인 수 감소에 대한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세상의 흐름에 역행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낮은 곳으로 천한 곳으로 대접을 할 곳으로 가야 하는 기독교가 높은 곳으로 멋진 곳으로 대접을 받는 곳으로 가고 있는 건 사실인 듯 하다. 이 책은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아니 여러 번 읽으면 좋을 책인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