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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수건 ㅣ 개암 그림책 11
제성은 지음, 윤태규 그림 / 개암나무 / 2019년 6월
평점 :




소중한 추억
이 책은 사소하고 작은 것에도 소중한 추억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무더운
8월의 어느 날, 김옥분 할머니는 수건이 가득 쌓인 빨래
바구니를 보았다. 빨래를 해야 할 수건이 많은 이유는 김옥분 할머니의 남편은 치매에 걸렸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몇 달 전부터는 잘 움직이지 못해 주로 자리에 누워 지낸다. 할아버지는
병을 앓기 전 유난히 깔끔한 분이었다. 몸도, 옷도, 머리도 늘 단정하게 가꾸었다. 할머니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 매일
수건으로 몸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할머니에겐 작은 소원이 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들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할머니 집에는 스무 개의 수건이 있다. 낡은 수건을 버리기로 결심을 하자 수건들은 모여서 웅성 웅성 거리기 시작 한다. 과연 어떤 수건을 버리게 될까?
토이스토리의 장난감들이 주인 몰래 움직이고 말을 하는 것처럼 동화 속 수건들은 자기들끼리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최근 들어 수건을 기념품으로 주는 것이 많이 줄어 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행사에 참여
하고 나면 수건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에서는 <김옥분
여사 고희연 기념> <장효주 공주 첫돌 기념>
<만세 주식회사 춘계 워크숍 기념> <금은종합상사 10주년 기념> <장수회 야유회 기념> 수건이 등장한다.
수건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할머니 댁에 들어온 시기도 제 각각이다. 그렇기에
가장 오래된 수건부터 최근에 들어온 수건까지 상태는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할머니는 뜨거운 솥에
수건들을 넣고 삶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빨래를 하면서 수건에 적힌 글자를 보면서 옛 추억에 빠져든다. 이 대목은 어린 아이들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겠지만 책을 읽어주거나 같이 읽는 부모에게는 감정 이입이 되는
부분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수건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돌
잔치 기념, 회갑, 고희연 기념, 야유회, 워크샵, 창립 x주년 기념 등 수 많은 수건들이 집에 들어온다. 시간이 지나고 수건의
상태가 낡아지면 가차없이 버릴 수 밖에 없다.
책을 읽고 나서 어린 시절 부모님을 쪼르고 용돈을 모아서 샀던 수 많은 장난감,
인형들은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고 나면 기억 속에만 있고 실물은 어디 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한 개만 없어져도 울고 불고 했던 것들이지만 언젠가 청소를 하다가 내 손으로 다 버렸을 것이다.
수건이라는 어쩌면 볼품없고 사소한 물건을 통해 추억이라는 관념을 아이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