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 딸의 이 한마디로 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기시다 히로미 지음, 박진희 옮김 / 리즈앤북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마디

이 책은 인생의 끝에 있던 엄마에게 딸이 건넨 한마디로 삶이 달라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어떻게 보면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외동딸로 보일 수 있다. 알코올의존증이 있었던 아버지와 우울증 있었던 할머니, 병치레가 많았던 할아버지, 그리고 집안일과 인쇄소를 도맡아 했던 어머니와 함께 지냈기에 언제나 어른들의 눈치를 살피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착한 아이콤플렉스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대기업에 입사를 하게 되고 그곳에서 미래의 남편을 만나게 된다. 결국 23살에 3살 연상 남편과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하게 되고 그 후 1년 뒤 딸 나미 출산, 그리고 4년 후 둘째 료타 출산한다. 하지만 둘째 료타는 다운증후군이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받아 들이기는 무척 힘들었지만 남편의 적극적인 믿음으로 무사히 성장 할 수 있었다. 참고로 다운증후군은 천 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료타는 좋은 유치원에 들어가 친구들과 사이좋게 시간을 보내고 일반 초등학교에 들어가 우여곡절을 겪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속에서 졸업을 맞이 한다. 한편, 남편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창업을 결심한다. 시간이 흐르자 사업은 점차 궤도에 오르고 직원이 5명까지 늘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피로감을 느끼고 새벽에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한다. 그렇게 병원으로 이송된 남편은 2005년 심근경색으로 39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저자는 남편을 잃고 다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을 시작한다. 일을 하고 고등학생 딸과 장애 아들을 돌보느라 열심히 지낸다. 그러다 2008년 마흔이 된 저자는 대동맥히리 병에 걸린다. 이 병은 심장의 굵은 혈관이 파열하여 벗겨지는 병으로 발병후의 치사율이 50%로 높은 편이다. 큰 대학 병원으로 옮겨진 저자는 심장의 혈관을 인공혈관으로 바꾸는 대수술을 해야 하는데 생명을 건질 수 있는 확률은 20%에 불과했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수술은 성공한다. 하지만 생명은 건졌지만 가슴 밑으로 마비가 남았다. 더 이상 다리로 걸을 수 없게 되었다.

우울감에 빠져 있는 저자를 보고 딸은 번화가로 외출을 한다.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휠체어가 다니기엔 길은 좁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고 마땅히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은 제한적이었다. 한참 끝에 레스토랑에 들어오자 그 동안 억눌렸던 슬픔과 억울함이 한꺼번에 와서 저자는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딸에게 그만 죽고 싶다는 입에 담지 말았어야 하는 말을 내뱉고 만다. 그런 말을 들은 딸은 같이 울거나 화를 내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라고 이해해준다. 하지만 자신이 똑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자신이 죽고 싶다고 하면 엄마는 지켜 볼 것이냐고 반문한다. 그것을 계기로 저자는 살기로 결심을 한다.

저자는 자신이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재활 치료뿐이지만 적극적으로 그것에 임하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러자 주변의 환우들이 상담을 하기 시작하고 어느덧 소문이 나서 예약까지 하는 상황에 이른다. 기존에 하던 정체 시술은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라면 침대에서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심리 카운슬링 공부를 시작한다.

 

그렇게 심리 카운슬링을 배운 저자는 다시 한번 우연한 기회에 딸이 창업한 회사에서 입사를 하게 되고 대중 앞에서 휠체어 사용법, 장애우를 대하는 방법에 대한 강연을 한다. 그 강연을 듣고 사람들은 감동과 감명을 받고 그것을 기회로 저자는 더 많은 이들에게 강연을 하는 삶을 살고 있고 또한 장애우 강연자를 가르치는 역할까지 감당하고 있다.

불우한 가정 환경, 장애우 아들의 탄생, 이른 나이의 남편과 사별, 그리고 본인에게 찾아온 하반신 마비 이 모든 것들을 한 명이 순차적으로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과연 견디는 이는 몇 없을 듯 하다. 저자도 역시 삶을 포기 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지만 그녀를 지탱해 주었던 것은 바로 사랑하는 딸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의 감정에도 이입이 되었지만 딸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아버지가 죽는 날 저녁 모진 말로 상처를 주었던 딸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남동생을 돌봐야 하는 처지와 더불어 하반신이 마비되어 삶을 포기 하고 싶은 엄마를 마주 하고 있는 여고생의 마음은 오죽 했을까? 그래도 살아 있어야 한다. 하반신이 마비 되었다 할지라도 같이 이야기 하고 교감할 수 있다면 살아가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엄마에게 덤덤하게 죽어도 돼 라는 다소 충격적인 말로 알려주는 듯 하다.

삶이 힘들고 지치고 우울감에 빠진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