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어주었어
코리 도어펠드 지음, 신혜은 옮김 / 북뱅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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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어린 위로

이 책은 세상엔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느 날 테일러는 뭔가를 만들기로 했다. 뭔가 새로운 거, 뭔가 특별한 거, 뭔가 놀라운 거를 만들고 싶었다. 결국은 만들었다. 테일러는 정말 뿌듯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새들이 날아와 모든 게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처음 알아챈 건 닭이었다. 닭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지만 테일러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닭은 그만 가버렸다. 그 다음엔 곰이, 그 다음엔 코끼리가, 그 다음엔 하이에나, 타조, 캥거루, 뱀이 차례로 왔다. 테일러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해줄 친구는 과연 나타날까?

감당할 수 없는 큰 슬픔, 어려움, 낙심이 찾아 오면 쉽게 조언을 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동화책의 내용은 성서 속 <>의 이야기와 비슷한 전개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성서에 나오는 욥은 아무런 잘못이 없이 큰 고통 속에 처하게 되고 욥의 친구들은 조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욥을 심정적으로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 하였다.

테일러는 자신이 만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고 크게 낙담을 한다. 첫 번째로 찾아온 닭은 어떻게 된 일인 지 계속 말을 하라고 재촉을 한다. 두 번째로 찾아온 곰은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라고 조언을 한다. 세 번째로 찾아온 코끼리는 원래 어떤 모양이었는지 과거를 기억해보라고 한다. 네 번째로 찾아온 하이에나는 웃어 넘기라고 하고 다섯 번째로 찾아온 타조는 숨어 버리라고 한다. 여섯 번째로 찾아온 캥거루는 남은 것들 마저 치워버리자고 하고 일곱 번째로 찾아온 뱀은 다른 애들 거를 무너트리자고 꼬신다.

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타계하려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가만히 들어주는 친구는 없다. 모두가 각자 조언을 하지만 그 조언은 오히려 부담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토끼는 조금씩 조금씩 다가왔다. 그리고 말없이 옆에 앉아 있는다. 결국 테일러는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전부 쏟아내고 토끼는 묵묵히 들어 준다.

테일러는 조언을 바라는 것이 아닌 말 동무가 필요 했을 수도 있다. 상황을 바꾸고 싶은 것이 아닌 마음을 바꾸고 싶어 했을 수도 있다. 토끼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하루 빨리 상황을 바꾸기 위해 행동을 해야 한다고 닥달 했지만 토끼는 가만히 옆에 있어 주는 것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큰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는 그 어떤 조언 보다 가만히 들어주는 것, 옆에 있어 주는 것, 꼭 안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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