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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꿀벌은 집어치워!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빈 스티븐슨 지음, 최은숙 옮김 / 책과콩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꿀벌 살리기 대작전
이 책은 열두 살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주인공 열두 살 소년 울프는 학교 숙제로 꿀벌이 현재 위기에 처해 있고 이로 인해 지구가 큰 어려움이 도래 할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알게 된 환경운동가인 엄마 제이드와 동거남 커티스 는 꿀벌에 대한 소식을 전국일주를 하면서 공연을 하고
강연을 할 계획을 세운다.
오래된 자동차를 꿀벌로 꾸미고 다섯 살인 여자쌍둥이인 수다쟁이 새프론과 조용한 위스퍼, 그리고 사춘기를 몹시 겪고 있는 바이올렛과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주인공
울프는 친구와 헤어지는 것도 학교를 안 가는 것도 싫지만 엄마의 강한 주장에 마지못해 수긍을 한다.
한편, 타일러 라는 남자친구를 둔 누나 바이올렛은 강한 저항을 하면서
여행을 떠나고 결국 남자친구인 타일러는 울프네 가족과 같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울프는 자신이 우스꽝스러운
꿀벌 모양의 쫄쫄이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쌍둥이 여동생들도 꿀벌 옷을 입게 될 줄은 몰랐다. 첫
번째 공연을 가까스로 마친 후 울프는 두 번 다시 옷을 입기 싫어 하고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원래 조용하던 위스퍼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 된다.
계속해서 주인공 울프는 엄마에게 여동생의 상황과 현재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 하려고 하지만 엄마는 눈앞에 닥친
계획에 집중하느라 울프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과연 이 가족은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꿀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책으로 생각을 했지만 어찌 보면 그것보다는 열두 살 소년의
성장소설에 가까운 듯 하다. 마치 큰일을 하기 위해서 작은 일을 저버리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라는 큰 틀의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으로 적용하면서 편하게 다가온다.
주인공 울프는 착한아이 콤플렉스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착한아이 콤플렉스(good boy syndrome)라는 것은 타인으로부터 착한아이라는 반응을 듣기 위해 내면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심리적 콤플렉스를 뜻한다.
울프의 이러한 상황을 바꿔주는 인물로는 사춘기를 몹시 앓고 있는 이복누나인 바이올렛의 끊임없는 자극과 질문이
큰 역할을 하고 여행 중에 만난 두 명의 할머니가 울프의 생각의 전환을 일깨워 준다.
먼저, 우연히 도움을 받게 된 ‘안나
할머니’는 기꺼이 자신의 집과 주차장을 빌려주는 호의를 베풀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맞아준다. 울프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속 마음을 털어놓고 할머니는 자신의 옛 이야기를 전해 준다. 참혹한 내전을 겪고 미국으로 건너온 이야기를 통해서 절망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겨냈음을 통해 낙관론자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 한 명의 할머니는 엄마와 동거하고 있는 새 아빠가 될 ‘커티스’의 엄마인 브룩스 여사님이다. 커티스와 말다툼으로 몇 년간 왕래를
끊고 살았지만 무모한 가출을 실행한 울프 일행을 받아주고 엄마와 아빠인 제이드와 커티스에게 현재의 상황을 잘 이야기 하는 것을 보여준다.
자연보호, 환경보호 등 우리가 너무나 소중하고 시급하게 당면한 문제들이
있다. 하지만 그 어떤것 도 가족보다 개인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많은 어려움과 고충이 따른다. 누군가는 이러한 일들을 감당해야겠지만 열 두 살 아이에게 무조건 참고 견디라고 한다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이 책은 시사 한다. 옳은 일을 한다고 그 과정이 모두 옳다고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학교 수업을 장기간 빠지고 친구들과의 교류도 끊긴 채 꿀벌 공연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큰 듯 하다.
마치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편안한 노후를 위해 앞만 보며 주말도
없이 야근과 특근을 불사하고 있는 많은 부모들의 모습일 수도 있고 자신이 택한 금욕주의를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모습일 수 있을 듯 하다.
한국의 성장 소설과는 달리 여러 재미들이 섞여 있어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