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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없는 아파트 ㅣ 즐거운 동화 여행 83
김희숙 지음, 공공이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8년 12월
평점 :



배려하는 세상
이 책은 배려에 관한 9가지 단편으로 구성 되어 있다. 무한 경쟁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SKY 캐슬>은 현 한국사회의 단편을 꼬집고 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녀는 훗날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얻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앞만 보며 달리는 주입식 교육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사회가 지속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치들은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들을 보고 있으면 심히 우려스럽다.
저자는 자신의 동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부연 설명을 하면서 인디언들의 교육의 덕목으로 세 가지를 이야기 한다. 그것은 어린이에게는 호기심과 놀라움과 신비로움을, 청소년들에게는
침묵과 경청을, 청년들에게는 나눔과 배려를 가르쳤다고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임대 아파트 아이들과 교류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가운데 실제로 벽을 만들고 통로를 따로
구분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식상하게 들릴 정도이다. ‘휴먼거지’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주택공사’ 라는 이름에서 ‘휴먼시아’ 로
아파트 이름이 바뀌자 휴먼시아에 사는 거지라는 단어를 만들어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비아냥 거리고 있다.
과연 아이들에게 아파트 평수, 매매가, 시세 라는 것을 누가 알려주고 누가 편 가르기를 하라고 시켰을까? 이
책의 첫 번째 단편인 <숫자 없는 아파트>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쓴 글이다.
아파트에 모든 숫자가 사라지면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아이라는 꼬리표가 사라질 수 있을까? 라는 저자의 생각이 들어간 내용으로 어느 날 아파트에 존재하는 숫자들이 전부다 사라지자 주민들은 많은 불편
감수한다. 결국 똑똑한 한 아이의 제안으로 야생화 이름으로 아파트를 구분하고 집집마다 호수에 아이들
이름을 적어서 간판처럼 명시하는 것으로 의견이 수렴된다.
그 전에는 ‘xx아파트 xx동 xx호’ 라고 했다면 이제는 ‘들꽃
마을 흰물봉선 층 지호네 집’이 된 것이다.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누구나 경험을 했지만 자연스레 아파트 동 호수로 그 사람의 재력을 판단하고 아이들을 재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아이들은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다가 부모가 해주는 끊임없는 편견으로 인해 결국 편가르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그 밖에 <라푼첼을 사랑한 마녀>을 통해 잘못된 아이에 대한 사랑이 낳은
결과를 보여주고 <다시 부르는 노래>에서는 생각의
차이로 인해 50년 동안 지척에 두고도 멀리 했던 모습을 보여 준다.
마치 한국과 북한의 실정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전라도와 경상도의 현실을 풍자한 듯 보인다.
<외갓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치매 노인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과 부담이 누구에게나 편만하게 있지만 그것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언니 아닌 언니>에서는 재혼으로
인한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혼란을 담고 있다.
<애플 데이> <그리고 상수리나무는…> <만남, 그리고 안녕> <다시 찾은 친구>를 통해서 장애를 가진 이를 어떻게 봐라 봐야 하는지 생명의 존엄성과 사랑에 대해 알 수 있다.
대다수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바르고 정직하고 올곧게 자라길 바라면서 본인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또한 나눔과
배려가 중요한 가치라고 아이에게 말하지만 전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기에 아이들은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다.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랄 수 밖에 없는 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다시금 나와 주변 그리고 소외된 곳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늘 지니고 있어야 하며 왜곡된
생각과 가치가 있는 건 아닌지 자꾸만 들여다 봐야 할 듯 하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책을 통해
배려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