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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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마라 얘들아..

이 책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 죽음으로 내몰린 여고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처음부터 결과를 명백히 암시해주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계속 따라 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의 치부를 거침없이 드러내준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마이스터고 3학년인 해나는 대기업 산하의  해지방어팀 콜센터로 출근을 한다. 그곳에 같이 입사 했던 친구 2명은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를 결심한다. 하지만 해나는 어른 동생 2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과 대학교를 진학하고자 하는 마음에 심각한 감정노동을 겪으면서 견딘다. 그러던 중 팀장과 함께 내부고발자로써 회사의 비윤리적인 업무형태를 폭로하기로 결심을 한다.

하지만 믿었던 팀장은 자살이 하자 해나는 더욱더 궁지에 몰린다. 회사 사람들을 비롯해 주변의 친구 심지어 학교 선생님마저 해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회사는 입막음에 급급하고 학교는 취업율이 떨어져 징계를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죽음을 결심한 해나는 친하게 지냈던 재석을 찾아가 넋두리를 하고 평소보다 과음을 하고 성관계를 맺고 나서 호수에 자살을 한다. 이로 인해 재석은 강간치사 및 살인방조(?)로 인해 무기징역까지 갈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모든 상황을 알고 변호를 하고 있던 조 변호사는 갑자기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친분이 있던 김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한다. 40대 중반의 경상도 보수 성향을 가진 김 변호사는 사건을 파헤져나간다. 이로써 단순한 연인 관계로 인한 사망이 아닌 거대한 어둠이 존재 하였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고, 농고, 공고 라는 이름의 학교가 많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사라지고 마이스터고라는 학교가 많이 보인다. 기존의 실업계 고등학교를 발전시킨 고등학교로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여 해당분야의 기술장인을 육성하려는 고등학교를 마이스터고라고 부른다. 바이오, 반도체, 자동차, 전자, 기계, 로봇, 통신, 조선, 항공, 에너지, 철강, 해양 등 다양한 기술 분야의 마이스터고가 전국각지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기술을 배워 사회의 일꾼으로 만든 다는 생각은 좋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는데 마이스터고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단연코 취업율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SKY를 비롯한 명문대 진학율을 자랑하듯 마이스터고끼리 취업율을 자랑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통계로 인해 나라의 지원이 달라지기도 한다.

선생님은 노예 상인이라는 비아냥을 감수 하면서 더 좋은 곳으로 취업을 시키기 위해 회사를 찾아가 굽신 거리는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의 적성과 무관한 곳에서 묵묵히 일해줄 것을 기대 하기도 한다. 아이가 일에 적응을 못해 되돌아 오면 빨간조끼를 입힘으로써 주홍글씨를 새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감정노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보호법이 전무하였다. 고객이 아무리 음담패설을 하고 욕설을 해도 끝까지 응대해줘야 하고 절대 먼저 끊지 못하게 하였다. 이로써 많은 상담원을 비롯한 감정노동자들은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직장생활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했다는 기사에 어김없이 나오는 댓글 중 하나는 죽을 꺼면 그만 두지 왜 죽냐 라는 식의 말이다. 그것은 너무나 안일하게 상대방을 바라보고 자신의 상황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달 벌어 한달 사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중계약, 비정규직, 파견직을 감수하면서 당장 생활을 해야만 자신을 비롯한 가족이 살 수 있다는 현실에 처한 이들이 많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망우동 모녀 사건이 일어났다. 그 동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많은 예산과 지원이 있었지만 아직도 빛보다는 어둠이 많다는 사실은 인지해야 한다.

대기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이러한 무모한 생각을 하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망 뿐이라면 결국은 죽음이라는 선택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선생님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검사는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둘 모두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간다. 그렇기에 사회는 너무나 더디게 변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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