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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지 않을 권리 - 혼자서도 완벽한 행복을 위한 선택
엘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1월
평점 :



연애 안해!
이 책은 20대 여성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담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네 꿈이 무엇이냐?’를 물었다면 중고등학생이 되면 끊임없이 진로에 대해 묻는다. 특히, 현재 지망하고 있는 대학 간판을 물어본다.
어렵사리 대학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한국식 질문의 시작이 시작된다. 취업은
언제 어디로 갈 것이냐? 취업을 하게 되면 연애는 하고 있냐? 연애를
하고 있으면 결혼은 언제 하냐? 결혼을 했으면 첫째는 언제 낳냐? 첫째를
낳으면 둘째는 언제 낳냐…
질문자가 죽지 않는 한 질문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는 질문이라면 어느 정도 해답과 가이드를 제시해주겠지만 호구조사 같은 반복적인 질문과 틀에 박힌 듯한 정답을 요구 하는 순간 답답함이 밀려온다.
20대 후반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연애에 대해
묻는 이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사회, 특히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여자 경험 없음’이 남자들
사이에선 ‘모자란 놈’ 취급을 당하는 놀림거리지만, ‘남자 경험 없음’은 남자들에게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는 아이러니가 여전히 존재한다.
오늘날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성, 사랑, 결혼이란 개념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특성과 관계가 변해왔다. 즉
개인적 감정뿐만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따라 수시로 특징과 정의를 달리하는 사회&문화적 산물인
셈이다.
현행 법제에서는 남성은 유급 노동으로 배우자 등 가족을 부양하고, 여성은
무급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생계 의존자로 구성되는 유형의 ‘전통적인 가족’만을 보호의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자친구들은 ‘남성에게 높게 평가 당한 자신’이 자랑거리가 될 때, 남자친구들은 ‘자신이 높게 평가한 여자’를 자랑거리 삼고 있다.
여자친구들이 ‘남성들이 자신을 얼마나 귀하게 대접해주고 있는지’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주는 증거가 될 때, 남자친구들에게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고 예쁘고 몸매 좋은 여자’를 만나고
있는지가 자랑거리가 된다.
세계 9위의 뷰티 시장인 나라, 여중&고생 88%가 화장을 하는 나라, 미취학 아동과 소녀들에게 유년기를 부정하라 가르치고 20대 여성들에게
피부 노화가 진행된다며 각종 안티 에이징을 판매하는 나라, 30대 이상 여성들에게는 노화 현상을 부정하라고
말하는 나라, 즉,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남성에 의해 기준이 세워진 '예쁜'얼굴은
절대 완벽하게 충족될 수 없다. 이러한 기형적인 조건으로 구성되어 있는 '육감적인' 몸매를 소유하면서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되어야
함과 동시에 '아내'이자
'엄마'로서 사적 영역의 테스크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의 하중이 있다.
남성 사회가 여성들에게 이상적이라고 제시하는 여성상은 지극히 모순적이다. 결코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불합리한 요구들 사이에서 딜레마에 갇혀 자책하며 괴로워하게 되는 것은 순전히 여성들의 몫으로만 남겨져 있다.
많은 남성들이 아우성 친다. 요즘 여자들이 대체 뭐가 그리 힘드냐고
이것은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꼴이 된다. 자신이 연애를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
마치 큰 죄악을 저지른 것처럼 여겨진다고 생각했던 시작으로부터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아 왔고 살아가야 하는지 직장 생활을 통해 체험한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묻어 나와 있다.
연애를 하지 않아도 결혼을 하지 않아도 출산을 하지 않아도 무엇을 하지 않아도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회가
언젠가는 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