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봄날은 간다 - 우리 가슴에 어머니가 살아계시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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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생 김지영

이 책은 일제 시대에 태어나 몸으로 견디며 살아온 어머니, 할머니들의 이야기이다. 읽는 내내 마치 ‘82년생 김지영같은 느낌을 받았다. 페미니스트 느낌은 전혀 없지만 한 여인이 태어나 자라고 또한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해 담담히 적어 내려가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과 개인이 겪은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 진다.

<죽음은 생명이다>의 책을 읽어본 독자로써 이 책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가득 묻어 나와 있어 더욱더 공감이 된다. 저자의 어머니가 이 책의 주인공이자 롤 모델로 등장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날(1929 4 20) 돈을 벌기 위해 바다에 나간 아이의 아버지는 물에 빠져 죽는다. 동네 아낙네들의 입은애비 잡아먹는 딸년이 태어났다는 흉흉한 말을 옮기기에 바쁘다.

그 아이가 다섯 살이 되자 그의 어머니마저 2 3녀를 두고 돌아가신다. 그 아이는 나중에 1 4녀를 홀로 키워야 하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그녀의 기구한 삶을 이 짧은 책으로 다 설명 할 순 없지만 몇몇 핵심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저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기억과 감정을 서술하고 있다. 태어나는 순간 환영을 받지 못하고 숙모 손에 겨우겨우 풀칠하면서 살아가고 학교는 배우지 못해 4년간 야학으로 겨우 일본어만 배운 어머니, 말 한마디 해보지 못한 첫사랑을 뒤로 한 채 언니에게 소개 받은 남자와 결혼을 하지만 바람기가 다분한 남편의 폭행과 모진 시집살이, 혼자서 아이 5명을 제 손으로 낳아 키우면서 자신의 여성성 대신 강인한 어머니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러한 어머니에 대한 반감은 저자는 졸업식에 참석을 하지 못하게 한다. 여러 가지 사건으로 가슴에 대못을 박고 이혼 후 자신의 자녀들마저 어머니 손에 맡기는 삶을 살게 된다.

저자는 20여년간 정신분석상담을 하면서 새삼 놀라는 것은 사춘기 시절을 어떻게 부모님이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아이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부모는 사춘기를 통해 드러나는 아이의 억압적인 상처를 어떻게 끌어안고 자녀들과 살아가야 하는 고민해야 한다.

사랑은 많이 받고 적게 받고 하는 양()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지냈는데도 부모님 사랑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충분한 사랑에도 결핍을 느낀다고 말한다.

한 여인의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삶의 이유는 자식들일 수도 있고 자신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숭고한 희생은 평생을 철학을 공부하고 정신분석을 한 자식에게 큰 울림을 주듯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어머니들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이 있기에 지금의 부모세대들이 큰 역경을 이겨낼 힘이 되어준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살아 계실 때 잘 해드려야 하는걸 알지만 생각과 몸이 따로인 이 땅에 많은 아들, 딸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듯 하다.

<나봄> (29p)

혼자인 것을 처절하게 겪은 사람은 사람을 사랑할 줄 안다.

외로움을 아는 자는 혼자인 삶을 많이 살아온 사람이다.

깊고 깊은 두메산골에 사는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할 줄 알고 사람을 귀하게 받아들인다.

혼자인 자신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외로움을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 밀려드는 문제들은 외로움이 아니라 괴로움이다.

괴로움은 자신이 아닌 타자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정서이기에 남 탓을 한다.

나의 어머니는 남 탓을 하지 않으셨다.

그녀의 외로움이 바다만큼 깊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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