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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여성에게 실패했는가
드루드 달레룹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반 쪽짜리 민주주의?
이 책은 오늘날 민주주의 속에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장관, 환경부 장관, 외교부장관, 국토교통부장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여성이라는 이야기다. 이 사실만
가지고 누군가는 여성의 지위가 향상 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성의 장관 비율이 낮다고 지적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당시 “초기 내각은 여성 장관 30%로 시작하고,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그리고 당선 후 공약을 지켜 전체 장관급
고위 공직자의 30%를 여성으로 채웠다. 이와 같은 공약이
등장한 것은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우리나라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지역구 10.3%)로 193개국 중 116위에
불과하다. 이러한 한국의 여성 현실 속에서 이 책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단순히 여성의 정치 참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성들의 이기심을 지적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성별, 인종이나 민족 때문에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재산, 소득, 납세, 범죄
여부, 정부 지원 여부, 나이에 따라 제약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재산이나 소득, 나이와 같은
것들은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지만 성별이나 인종, 민족은 가지고 태어나 평생을 간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라는 말이 지닌 진정한 의미를 되새긴다면 현재의 민주주의가 진정 민주주의인지 다시금 되돌아
봐야 한다.
얼마 전 전체 경찰의 30%를 여자로 채용한다는 공고가 나온 이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주요 논쟁 거리는 여성이 경찰로써 적합하냐라는 문제제기와 더불어 남성들의 전유물로
생각되어 오던 경찰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여성들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논리로 요약 할 수 있다. 양쪽 의견을
듣고 있으면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결과의 평등이 아닌 경쟁의 평등, 기회의 평등이 있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국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의석수는 전체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 의석수는 왜 이런 큰 차이를
보일까? 그것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조건 중 하나가 바로 국민의 참여이다. 하지만 이 조건은 남성의 참정권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여겨져 왔다. 그래서
여성의 동일한 참정권이 포함되지 않은 시기부터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고 많은 나라들이 말하고 있기에 실제적인 민주주의의 발현과 차이가 현저히 나지만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은 드물다. 의회 민주주의의 요람이라 불리는 영국은 1918년부터 민주 국가였다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여성도 남성과
똑 같은 나이에 투표할 수 있게 된 것은 1928년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해를 민주주의의 시작으로 봐야 할 것인가? 같이 고민해보고 토론해 봐야 할 문제이다.
현재 여성 의원이 전체 의석 수에 10%에 미치지 않는 나라는 전
세계에 35개국에 불과하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109개국이나 되었다. 세계 모든 지역에서 여성 의원들의 비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수는 지역적 차이가 상당하다.
여성 국회의원이 적은 이유는 여성이 정치 업무에 적당하지 않거나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여성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당들은 여성 의원의 비율이 낮은 이유가 적임자를 찾기 힘들어서라는 핑계를 댄다. 과연 그럴까? 저자는 이러한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남성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기득권을 포기 하지 않고 또한 인맥으로 형성된 정치 세력이기에 여성들이 들어갈
틈이 없다고 한다. 또한 적임자를 찾기 힘들게 아니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많은 나라에서 강제적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 할당제를 실행함으로써 여성의 정치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 의원 할당제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려면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공개적인 경쟁을 통해 의석을 획득하느냐를
따져야 한다. 할당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여성의 수적 대표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여성 후보에 대한 문화적 편견을 깨고, 인맥을 통한 전통적인 후보
선정 방식에 내재되어 있는 장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성 정치인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여성 정치인들은 성평등과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하면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온다고 한다. 또한 모든 여성이 페니미스트는 아니며, 모든 페미니스트가 여성인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여성 정치인들이
과연 누구를 대변 하고 있는가의 문제는 더 복잡할 수 밖에 없다.
다양한 여성들이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수록 성평등 정책을 채택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지고 정치 기관들의 성평등
정치는 모든 여성 차별을 근절하고 민주주의를 새로이 활성화하는 데 꼭 필요하다.
여성이 정치를 잘 하냐 못 하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진입 장벽이 높고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 했다. 아버지에 이은 부녀 대통령으로 화려한 조명 속에서 국정을 시작했지만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탄핵 당한 첫 번째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 개인이 아닌 전체 여성의 자질, 능력탓을
하는 경향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왜곡된 시선과 편견은 앞으로 공정한 민주주의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듯 하다. 여성이라는 제약을 두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무한한 배려를 요구 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성별에 차별 없이 누구나
뜻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