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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서 해도 돼 ㅣ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110
윤해연 지음, 박재현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속도 보단 방향
이 책은 초등학교 2학년생이 겪는 다양한 내적 갈등을 묘사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경쟁은 시작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명문대, 대기업으로 가야 온전한 중산층의 삶을 영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해져
있기에 더욱더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앞선 교육을 받기 위해 부모들은 치열한 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인공 지우는 학원을 9개나 다닌다.
초등학교 2학년 9살이다. 매일 다양한 학원으로 인해 자신의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고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도 잊은 듯 보인다. 지우가 다니는 학원은 영어, 수학,
바이올린, 피아노, 논술, 축구, 검도, 과학, 영어이다. 지우가 원해서 다니는 학원이라기 보다는 엄마의 강요에
못 이겨 다니는 학원이 절대 다수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던 삶을 살던 중 지우는 학원차를 혼동하는 일이 벌어진다. 지우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원래 가야 했던 학원을 걸어 가려는 결심을 한다.
그때 민구라는 초등학교 4~5학년쯤 되어 보이는 형이 다가와 말을 건다. 같이 땡땡이를 치고 놀이터로 가자는 제안을 하지만 지우는 그 제안을 뿌리치고 학원에 간다.
엄마에게 늦게라도 자신이 학원에 갔다는 사실을 이야기 함으로써 칭찬을 기대 했지만 엄마는 왜 학원에 늦었냐는
꾸지람만 함으로써 지우는 속이 무척 상한다. 지우와 학원을 2개나
같이 다니는 형우는 엄마 몰래 PC방도 가고 오락실도 종종 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모습에 지우도 결국 친구 따라 PC방도 가고 학원 수업도 빼먹기도
한다. 결국 꼬리가 길어져 밟히게 되었는데 그만 형우때문에 학원에 빠진 것을 집까지 바래다 주는 민구
형때문이라고 엄마는 오해를 하게 되고 민구 형은 한동안 자취를 감춘다. 지우는 민구 형을 다시 보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데..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어져 버린 지 오래 되었다. 아이들은
학원으로 가거나 혼자 있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쳐다 보느라 서로 얼굴을 맞대며 웃고 떠들지 않는다. 아이들은
점점 적게 태어나고 각종 수당이 넘쳐나는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행복 지수는 좀처럼 높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 지우가 9개의 학원을 다니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만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소설 또한 아니다. 학원을 1개도 다니지 않는 아이를 찾아 보기 힘들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아이들은 학원을 다녀야만 학교 수업을 따라가고 준비 할 수 있도록 구성 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이의 현재의 행복을 위해 학원을 끊고 마음껏 뛰어 놀게 하는 간 큰(?) 부모는 쉽게 보기 어렵다.
주인공 지우를 통해 아이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또한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이뤄지는 것들이 자신의 꿈을
대신 이루고픈 마음인지 곰곰이 곱씹어봐야 할 듯 하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시작되는 무한 경쟁 속에서
승리 하는 길은 속도가 아닌 방향임을 기억해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