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못다핀 청년시인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이상.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영원한 청년시인
이 책은 요절한 영원한 청년시인인 윤동주, 이상, 박인환 세 명의 시를 엄선하여 실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 세 명의
이름은 알고 있고 한번쯤은 시를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서시>, <별 헤는 밤>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들이 요절한지 어느덧 60~80년이 흘렀지만 이들의 시들은 아직도
한국인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있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 12월 30일 - 1945년 2월 16일, 이상 시인은
1910년 8월 20일
- 1937년 4월 17일, 박인환 시인은 1926년 8월 15일 - 1956년 3월 20일 이다. 이들이 장수 하여서 더 많은 시를 남기지 않고 짧은
생을 살다 갔기에 더욱더 이들의 시가 애틋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각각 41편씩을 엄선하여서 선별하였다. 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익히 낭송한 시겠지만 평소에 시를 자주 접하지 않는 독자라면 거의 다 처음 본 시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윤동주의 시는 술술 읽힌다. 그래서
더욱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짧은 시를 읽자마자 그 시대와 상황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상의 시는 역시나 난해하고 어렵다. 거의 모든 시가 띄어쓰기가 전무하여 어떻게 발음을 내야 하는지 조차 막막함이 엄습해온다. 하지만 그 시의 묘한 감성 뒤에 숨겨진 슬픔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박인환의
시는 전쟁과 단절이라는 큰 주제를 관통하는 듯 하다. 당시 죽음과 기근에 대해서 사실적이면서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시대에도 동일한 느낌을 준다.
윤동주 편은 친구, 동생, 후배들의
어린 시절 기억하는 윤동주의 삶과 그의 인생, 그리움을 담긴 글을 같이 적고 있고 이상과 박인환 편은
각각 그들이 어디서 나고 자랐는지 역사적인 곳들을 서술함으로써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윤동주의 시 중에서 <새벽이 올 때까지>를 읽으면서 순간 멈칫거렸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검은 옷,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흰옷을 입히라고 하면서 시인은 이 둘을 한 침대에 가지런이 잠을 재우라고 한다 그리고 울거들랑
젖을 먹이라고 한다. 그러면 새벽이 오고 나팔소리 들려올 것이라고 한다.
새벽이라는 단어와 검은 옷과 흰 옷으로 대비되는 구조 속에서 한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시인의 마음을 유추할 수 있는 것 같다. 새벽이 오고 나팔소리를 듣기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또한 <쉽게 씌어진 시>에서
일본 유학을 하면서 고국의 상황을 접하지만 실질적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한탄하고 또한 남의 나라인 일본에 있는 자신을 되돌아 보는
마음이 전해진다.
<팔복>이라는
시는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예수님의 가르침 중 하나이다. 8가지
복에 대한 설명인데 이 시는 오로지 슬퍼하는 자에 대해서만 나온다. 또한 슬퍼하는 자가 받는 복은 영원히
슬플 것이라고 표현한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윤동주의 생애에 대해 따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에피소드들은 동생과 후배들의 증언이 담긴 글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는데 동생이 기억하는 윤동주는 술, 담배도 하지 않고 말이 없어서 연애사를 들어본 적이
없고 순한 성격에 중학 때 축구 선수였다고 한다.
친구들이 겨울이든 여름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산이든 들이든 강가이든 부르면 부르는 곳으로, 가자면 가자는 데로 묵묵히 따라 나서는 온유한 성격,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자신의 외투와 시계를 내줄 정도로 착한 심정을 가진 윤동주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친구들의 부탁을 거부하는 두 가지 일이 있다. 하나는 시를 고치자는 언급과 또 하나는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고백이다. 그는
친구들의 갖은 언사에도 불구하고 시를 절대로 고치지 않았고 자신이 사랑하였던 여인에게 끝내 고백하지 않았다는 그의 행동을 통해 그의 성격을 짐작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상 이라는 시인은 2010년 조영남이 쓴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을 통해 당시 화제가 되었다. 기이한 행동과 언변을 일삼던 가수 조영남은 자신이 죽기 전에 이상의 시를 해석하고 싶어서 책을 발간하였다고
했기에 세간의 주목을 끌 수 있었다. 당시 이상 탄생 100주년이어서
시대적 상황과 맞물러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에게 이상 이라는 시인을 다시금 인식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이상 이라는 시는 난해하기로 유명하여서 쉽게 접하기도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지만 천재 소설가, 시인, 화가 등으로 불렸던 이상의 시를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읽으려는
시도를 해야 할 듯 하다.
괴테,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수 많은 인물들의 책이 고전이 되어 후대들에게 지속적으로 읽혀지고 기억되는 것처럼 이 세 명의 시인들이 쓴 시들이 더 많은 이들이 읽고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