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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평점 :



추리 소설의 정수
이 책은 살인과
복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일본의 대표적인 스릴러 추리 소설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이 11년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1990년대 작품이지만 20여년이 흐른 지금 읽어도 술술 읽히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결과로 다다르는 과정가운데 반전과 교훈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은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여러 감정들과 사회적인 문제들을 표면으로 끌어낸다. 그의 초창기 작품 중 하나인 <회랑정 살인사건>은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었다면
이번 작품인 <11문자 살인사건> 살인과 복수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 할 수 있는 여부를 묻고 있다.
과연 죽을 만한
사람은 있는가? 또한 살인을 통한 복수는 정당한가 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주인공은 ‘나’라는 추리소설
작가로 등장한다.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프리랜서 작가인 ‘가와즈
마사유키’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2개월이라는 짧은
연애를 지속하는 데 어느 날 남자친구는 살해를 당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남자친구에 대해 너무나 몰랐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고 또한 남자친구가 살해를 당하기 전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기억해 내고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남자친구는
작년 11명이 떠난 해상 여행에서 살아남았고 그 사건으로 한 명이 죽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거기에 참여 했던 이들을 한 명씩 만나 그때 당시 상황을 듣고자 하지만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한발
앞서 한 명씩 살해를 저지른다.
남자친구인 가와즈 마사유키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직감 했지만 그는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또한 작년 사고 여행에 동행했던 ‘마사유키’도 살해 되었다. 그녀는
살해되기 직전 야마모리 스포츠플라자의 야마모리 다쿠야 사장을 만났다. 그리고 ‘가와즈 마사유키’가 남긴 자료 중 일부가 사라졌다. 또한 여성 카메라맨이었던 ‘니자토 미유키’가 살해 되었다. 그녀는 생전에 마사유키의 자료를 갖고 싶어 했다. 주인공은 이로 인해 없어진 자료는 분명 지난해 일어났던 해난 사고에 관한 것일 것이라고 추측을 한다.
과연 주인공은 남자친구를
죽인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오원춘 살인 사건’이 떠올랐다. 이 사건은 2012년 4월 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못골놀이터 근처의 집에서 20대 여성 회사원(당시 28세)을 40대 조선족인 오원춘이 살인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사건이
유명해진 이유는 범행 동기가 황당했고 피해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인 수법이 잔인하였고 또한 인육을 먹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피해자가 필사적으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요청하였지만 경찰은 마치 세월호때처럼 반복적으로 정확한
주소를 물으면서 정확한 상황파악을 놓쳤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 사건과 이 책의
내용이 왜 비슷하다고 느껴졌냐면 가해자가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울분, 분노, 억울함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고 단순한 피해 사실로만 가해자의 행위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아니라면 가해자들 역시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나 쉽게 그들의 감정과 상황을 무시하면서 지내왔기에
점점 더 흉악하고 반복적인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11문자 살인사건의
범인은 이러한 추리 스릴러 작품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처음부터 예상이 가능하다. 서두에 저자가 일부러
너무나 많은 정보와 힌트를 주기 때문이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작품은 범인이 누구인지 찾고
궁금해 하는 것보다 그 범인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같이 고민하게 만든다.
폭력에는 세 종류에
사람만 존재 할 뿐이다.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오원춘이라는 살인마가
20대 여성의 머리채를 쥐어잡고 폭행을 저지르고 살인을 할 때 여성은 반항하고 소리지르고 도움을 요청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는 그 곳에서 한 명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부부싸움으로 치부 하였거나 절규에도 귀를 닫고 외면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
책의 범인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가지고 살인을 계획하고 준비 하는 모습이 나온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감정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그 방법이 살인이라는 점에서 독자들 양심을 건드린다. 책 표지에 있는 것처럼 과연 살인이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끝까지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