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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나지윤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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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통의 편지
이 책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보내는 열한 통의 편지로 되어 있다. 수신인을
알 수는 없지만 어떠한 상황과 고통을 겪는지는 저자인 발신자를 통해 같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도록 구성 되어 있다.
슬픔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슬픔은 기쁨의
반대가 아니며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을 대상으로 했기에 슬픔을
가늠할 수 없지만 잔잔한 위로를 건네는 저자의 마음을 같이 헤아리면서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읽고 있는 독자들의 마음도 잔잔해지고 고요해지고 위로를
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는 글을 마치며
2011년 발생했던 ‘동일본대지진’을
언급한다.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을 떠올린다. 당시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발생한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으로 인하여
사망자와 실종자가 2만여 명에 이르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부분에서 몇 해 전 일어났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다. 300여명의 생명을 잃고 전 국민이
한동안 혹은 지금까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두 가지 노래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 곡은 임재범이 부른 윤복희의 ‘여러분’이고 다른 곡은 박정현이 부른 조영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라는 곡이다.
이 두 곡은 MBC에서 했던 ‘나는 가수다’라는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가 되었던 곡이다. 두 곡이 계속 생각났던
이유는 아마도 그 노래를 부르던 가수의 진정성과 더불어 가사가 주는 감동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수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했고 널리 알려진 곡이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가수가 전심을 다해 진심을 받아 불렀기에
당시 공연장에 있던 관중 뿐만 아니라 TV를 통해 시청하는 관객들 모두 매료 시킨 것은 아니었을까 한다.
슬픔은 인간이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감정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슬픔이라는 감정을 인위적으로 억누르거나 제어할 필요는 없다. 상실의 슬픔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가 없다. 이별이 오면 사랑한 만큼 슬픔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무덤은 죽은 사람이 잠든 장소가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떠난 사람과 이생에 남은 사람이 만나는 장소이다. 슬픔이란 곁을 떠난 사람이 다가오는 신호라고 여길 때가 있다. 소중한
사람들은 언젠가 우리 곁을 떠나기 마련이다. 먼 길을 떠나버린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아도
만져지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다. 죽음이란 ‘존재가 사라졌다’가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생이란 시련을 경험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진리가 있다. 슬픔이나 고통이
무엇인지 책이나 공부로는 배울 수 없다. 직접 느껴봐야 한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살아봐야 알게 되는 법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지지 못해도 확실히 존재하는 무언가 덕분에
우리는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보이지 않아서 명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명확한
것인지 모른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에 빠지면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슬픔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눈물도 흐리지 않고 슬프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깊은 슬픔에 잠기면 오히려 눈물샘이
말라버리는지도 모른다.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 태연한
얼굴로 길을 걸어가는 무수한 군중 속에도 분명 슬픔을 간직한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가슴 속에서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고 있다. 눈물은 반드시 두 빰에서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슬픔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강한 사람이다. 진실로 강한 사람은
슬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견디면서 한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이별하는 날이 언젠가 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로 이 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한센병을 앓고 있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타인을 배려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 얼굴,
그리고 눈물이 없다고 슬픔이 없을 것라고 단정 짓는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게 만들어준다. 누구나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 그 무게는 다 다르겠지만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변사람들과 슬픔을 나누기도 해야 하고 때론 양해를 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서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시편 126편 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