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야학당 송정마을 그림책
홍진숙 지음, 이영경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학당을 아십니까?

이 책은 송정마을 야학당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송정야학당은 일제 강점기, 일하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뜻있는 마을 어른들이 밤에만 열었던 작은 마을 학교이다. 어려운 형편에도 아이들의 꿈을 먼저 생각했던 마을 어른들의 사랑과 정성은, 그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지금까지도 삶의 버팀목이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그림책 마을로 이어지고 있다.

야학당은 (夜學堂) 문자 그대로 밤에 글을 가르치는 곳이다. 요즘 아이들은 이러한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의 대다수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 어린이집, 유치원, , , , 대학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당연하게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초등학교를 가지 않은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사람이 현재 할아버지 할머니들 가운데 상당수 있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가난과 무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이다. 가난한 이들은 더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어도 배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가진 자, 배운 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만 해결이 된다. 야학당은 학교에 갈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이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고 삶의 원동력이 된다. 야학당에 위치한 다양한 도구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한다. 그러면 마치 판소리에서 소리꾼이 이야기를 하면 고수가 추임새를 넣는 형식처럼 책에서는 그려, 그려라는 말로 화답을 한다. 정답고 리듬감 있게 읽어 나갈 수 있다.

당시 일제 강점기 시절이기에 배우고자 하는 열의에 비해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였다. 변변한 책상이 없어서 앞 친구 등이 책상이 되고 촛불도 전깃불도 없어서 남포등으로 공부를 이어 나갔다. 마루 바닥에 연필과 지우개가 떨어지면 철사로 끄집어 내야 하는데 다양한 잡동사니가 딸려 왔던 기억은 어렴풋한 추억으로 남았다.

유명한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에서는 첫 번째 단계는 생리적 욕구, 두 번째 단계는 안전 욕구, 세 번째 단계는 소속과 애정의 욕구 네 번째 단계는 존경 욕구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는 자아실현 욕구가 있다. 이 이론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자아실현을 위해서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환갑, 칠순이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어서 까막눈인 것을 고백하면서 한글을 배우고 자신의 이름을 직접 쓰고 읽고 또 늦은 나이에 시를 배워서 동시 집을 내는 모습들은 이러한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당시 먹고 살기 어렵고 힘들고 나라를 빼앗겼던 상황임에도 가르쳐주고자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쏟은 선생님들의 헌신과 또한 몸은 힘들지만 졸린 눈을 비비고 모여서 한글자라도 더 배우려고 했던 학생들의 열기가 가득 찼던 야학당은 모습은 지금은 쉽게 찾아 볼 수 없지만 이러한 책을 통해 기억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빠도 좋았고 졸려도 좋았고 그냥 좋았던 시절을 비록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그 당시 느낌만은 책을 통해서라도 같이 공유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