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 베릴 마크햄


이 책은 베릴 마크햄의 자전적 에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횡단한 최초의 여성 비행사로 유명한 베릴 마크햄이다. 단순히 이 여성이 최초의 여성 비행사이기에 유명 한 것 보다 그녀의 작품인 <이 밤과 서쪽으로>가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극찬으로 인해 지난 수십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아프리카를 횡단하는 여정을 쓴 에세이가 아니라 자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상상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것은 흑인들과 드넓은 초원, 동물들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곳에도 수 많은 인종, 원주민 그리고 문화와 생활 터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나에 온 이제는 유명인이 된 샘오취리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무슨 동물이 많이 사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마치 가나가 초원 한 가운데 있는 듯한 연상을 통해 이뤄지는 질문이다. 그는 ‘개’라는 답을 통해 우리의 상상과 많이 다름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비행기가 자동으로 항로를 운행 하지만 이 책이 쓰여진 1920년대만 해도 인간의 실력과 능력으로만 운행을 해야 했던 시기였다. 그렇기에 더욱더 많은 사건 사고가 도사리고 있고 불시에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의 처음을 실종된 비행사인 우디 이야기로 쓴 것도 이것의 일종이라고 생각이 든다.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참가자가 속도, 고도, 깊이, 자연적 힘과 같은 자연적 혹은 일상적이지 않은 신체 혹은 정신적 도전을 겪으며 성공적 결과를 위해 빠르고 정확한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경쟁적 활동)을 즐기는 이들을 보면 의구심이 들다. 하나뿐인 목숨을 가지고 너무나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인해 쾌감을 느끼는 이들이 불안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그러한 무모해 보이는 행동에서 오는 절대적인 즐거움을 포기 할 수 없다.


베릴 마크햄는 세렝게티 평원에서 실종된 우디를 찾고 왜 이렇게 무모하고 위험한 비행을 하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한 이야기 끝에 비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삶이 너무 지루할 것 같아서 그만 둘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것이 저자가 비행을 하고 이 책은 쓴 이유이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생텍쥐페리’가 쓴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산문집이 떠올랐다.

생텍쥐페리의 경험이 녹아 있는 글인 탓에 구체적인 묘사가 일품인 책으로 야간 비행과 전쟁에 참혹함을 담은 책인데 <이 밤과 서쪽으로>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듯 하다. 아마도 쓰여진 시기가 비슷하고 당시의 비행 기술의 한계로 인해 느껴지는 감정이 닮아 있기 때문인 듯 하다.


총 4부로 되어 있다. 1부는 실종된 비행사 우디를 찾는 여정 2부는 자신의 어린 시절 3부와 4부는 비행에 관해 쓰여져 있다. 저자는 아프리카는 신비롭다고 표현을 한다. 야생의 땅이자 푹푹 찌는 열화지옥이고 사진가들에게는 천국이고, 사냥꾼들에게는 발할라(Valhalla)요, 현실 도피자들에게는 유토피아이지만 저자에게 아프리카는 그저 고향임을 덤덤히 밝힌다. 그렇기에 아프리카를 묘사한 다양한 표현들이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들리지 않고 담담히 읽혀진다.

  

침대에서 흑수열로 인해 죽어가는 남자는 말을 하는 동안에는 자신을 잊을 수 있기에 계속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모습은 인간의 나약한 심정과 당시의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무선 통신장비도 없고 비행기가 정해진 항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설비가 없기 때문에 조종사는 필수적으로 직감을 최고도로 발달시키거나 삶에 대한 숙명론적 철학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주인공은 경량 2인승 비행기 VP-KAN을 통해 아프리카를 횡단하면서 겪은 다양한 감정들을 편지와 이야기로 3부와 4부에 풀어 쓰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1920년대에 2인승 비행기에 저자가 운전하고 있는 뒷자리에 탄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어내려 갈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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