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정강현 지음 / 푸른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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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힘


이 책은 눈물을 통해 삶이 성숙해졌다고 고백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JTBC 대표프로그램 중 하나인 ‘정치부회의’에 출연하고 있는 정강현 기자이다. 그가 지난 10여년간 쓴 글들을 묶어서 산문집을 발간하였다. 스스로 밝히듯 어쩌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이 담긴 의미로는 첫 번째 산문집 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사회부, 정치부, 문화부를 두루 거쳤기에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담을 통해 각계의 소리를 대변해 줌과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음악을 팟캐스트로 공유하고 있기도 한다.


이러한 그가 눈물이라는 것을 통해 삶의 페이지 마다 어떻게 살찌우게 했는지 밝히고 있다. 기자로써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 대하 더욱더 민감하고 어쩌면 외면하고 싶은 부분을 알 수 밖에 없는 직업이겠지만 그는 그것을 눈물로써 담담히 마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통해 받았다.


1부는 다양한 사회 문제, 2부는 개인적인 감정들, 3부는 시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을 쓴 저자가 30대에서 40대로 바뀌는 과정가운데 겪었던 개인적인 일들과 사회적인 일들을 묶어서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죽은 아이들이 불쌍해서 우는 사람도 있겠지만 남겨진 가족들 때문에 오열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관점의 차이가 아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오는 이입의 다름이 느껴진다. 신문사 기사에서 방송국 기사로 그리고 여러 부서를 옮기고 또한 결혼과 출산을 통해 한 생명의 아버지가 된 그는 이러한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감정을 적절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더욱더 큰 공감을 선사하고 있다. 


1부에 언급 된 다양한 사건 사고의 중심에는 <기독교>, <장애를 가진 곽정숙 국회의원>,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세월호>,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대구 지하철 참사>,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자살>, <아동학대>, <정치>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그는 각각의 이슈들의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담담하게 눈물로써 혹은 견딜 수 밖에 없는 참혹한 심정으로 대하고 있다.


엄청난 사건 사고가 하루에도 수 십, 수 백건씩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접하다 보면 어느새 무뎌지고 무감각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죽은 사망자가 나의 가족이거나 친구가 된다면 그 사건은 그냥 한 줄짜리 기사로 지나칠 수 없는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사건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세월호 사건에 관해 책에서 여러 번 언급을 한 것은 부모의 입장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토록 많은 아이들이 꽃을 피어보기도 전에 무책임한 어른들의 방관과 잘못으로 생매장 당하는 현상을 생중계로 본 전 국민들은 한 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지만 이내 정치인들은 서로 공방을 펼치며 본질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더욱더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 듯 하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저자는 정치인 혐오가 정치 혐오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국민들이 외면해 버리는 순간 정치인들은 자신들을 위한 정치를 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속 마음이 전해 지는 듯 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몇 가지 중 하나는 분명 교회마다 세워져 있는 빨간 십자가일 것이다. 서울의 밤 붉은색 빛깔의 반은 유흥가의 몫이고 나머지 반은 십자가의 몫이다. 그런데 세상은 여전히 거칠기만 하다. 잘난 목사가 부족해서 십자가가 속세에 파도에 묻힌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제 잘남을 내세워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목사들의 욕망이 문제일 것이다.


한국은 미국을 포함한 여느 나라에 비해 미성년자 처벌에 대한 수위가 낮게 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10대들의 폭행,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여론은 지금이 기회인 듯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해답인 듯 공론화를 시키고 상당수 많은 국민들이 거기에 동조를 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는 몇몇 10대 아이들의 문제로만 치부하면 되는 것일까? 저자는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 듯 하다.


어쩌다 어른이 된 어른들은 10대 청소년 범죄 문제의 원인을 아이들에게 돌림으로써 스스로 함량 미달의 어른임을 인증하고 있는 듯 하다. 어른은 가르치는 존재이고, 아이들은 가르침을 받아서 성장해야 하는 존재이다. 아이들이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가르침을 잘못 준 어른들의 책임이다. 청소년 문제로 불리는 사회 현상은 어쩌다 어른이 된 못난 어른들이 만들어낸 문제다.


저자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죽음에 관해 그리고 자신의 부모님의 노쇠화로 인한 여러 심경들을 쓴 글들은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거나 혹은 지나온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듯 느껴졌다. 


3부에는 몇몇 시인의 시와 그 시에 걸 맞는 노래가 소개 된다. <김영승>, <오은>, <장석남>, <손택수>, <김광규>, <최두석>, <김소연> 대한민국 성인들 중 40%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또한 책을 읽은 60%의 사람들도 1년에 8권을 읽는다고 하니 점차 책을 읽는 이들이 줄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마치 높은 책값과 미개한 국민들 탓으로 돌리기에는 한국인은 너무 많이 일을 하고 너무 낮은 급여를 받고 있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저자는 시에 대한 극찬과 장점을 충분히 설명하면서 시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학교에서도 점차 시를 배우지 않고 시를 접하기 어려운 시대에 저자를 통해서라도 다시금 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성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로마서 12장 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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