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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읽는 데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린 책이다.
560쪽의 분량 자체가 만만치 않은 양이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보다는 책 내용이 대강 한 눈에 훑어보고 지나칠 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딜레마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한 끼 식사를 하는 일이 이렇게나 고민스럽고 복잡한 행위였던가. 그 동안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3장 수렵채집 부분이다. 잡식동물로서 육식과 채식을 두고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지적인 면모와 철학적인 사고방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야생돼지를 사냥하고 버섯을 채집하는 부분은 마치 탐험소설을 읽는 것처럼 박진감 있었고,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이 아니라 본능에 충실한 한 마리 잡식동물로서 자연을 마주한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산업적 음식사슬의 복잡한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자연의 선물들로 요리를 하고 식사를 차리는 부분은 특히나 맛깔스러운 문장과 저자의 투명하고 진솔한 철학이 어우러져 정말 잡식동물의 추수감사제 같은 맛있는 글이 되었다.
읽은 뒤에 뿌듯함이 커지는 책이다. 오늘 저녁식사가 당장 바뀔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깊어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