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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ㅣ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1
김현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의사라는 직업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동경을 받는 직업이다. 당해에 가장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가는 곳이 의대이며 능력에 대한 보수를 많이 받는 직업이기도 해서 늘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의사들의 삶이 멋있고 호화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국종 교수님의 '골든아워'라는 책을 읽어서 알고 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하여 처절하게 노력하는 의사들의 삶은 힘듦과 지침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또 하나의 환자를 살리기 위해 뛰어나갔다. 그 책임을 다할 각오가 되어있지 않으면 그 길을 선택하지 말라 했던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에 얹힌 책임의 무게는 너무나도 무거워 보였다. 그렇기에 의사로서 마주한 이야기를 읽을 때면 마음이 무겁다. 그들이 겪었을 수많은 고통, 인내가 느껴지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오늘도 읽어보려 한다. 의료 현장에 대한 하나의 관심이라도 더해진다면 이러한 현실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이 책은 내과 전문의이자 보건 의료정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지 교수님의 지난 10년간 의사로 생활하면서 겪은 이야기와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인턴 때부터 요양병원, 중환자실, 응급실 등 다양한 병원에서 환자들을 살리기도 하며 죽음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 과정 속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와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전문의가 된 이후에 정책을 하기 위해 국회로 향했다.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의료업계를 살리고자 여러 보건 의료정책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지금은 잠시 국회를 떠나서 다시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다시 정책 관련 일을 하기 위해 지금도 준비 중이다.
저자는 첫 번째 이야기로 죽음에 대해서 다루었다. 환자의 죽음을 마주하며 느꼈던 감정, 생각들을 담았다. 처음부터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 싶었지만 읽어보니 왜 처음에 죽음에 대해서 다루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내용은 뒤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삶에 관한 이야기다. 환자들이 살아가는 삶을 조명하며 왜 그들은 아픈 건지, 아플 수밖에 없는 건지, 사회적 문제와 결부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의사로서의 저자 본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의사로서의 고충, 한 사람으로서의 나약함 등 본인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이야기는 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의학 정보들을 쉽게 풀어서 담은 이야기다.
'나는 환자를 잘 죽이고 싶다.' 처음 소제목인 이 문장은 자극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 읽고 나면 저 말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완치를 할 수 있는 환자가 아니라 시술을 해도 언젠가는 죽음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환자라면 그 치료법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병을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치료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환자가 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가족들과 함께하고,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이별을 준비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죽음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각종 장비를 사용하고 시술을 반복한다면 이러한 준비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의사로서는 수많은 고민이 될 것이기에 앞에서 말한 환자를 잘 죽이는 것이 정말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연명의료 관련 내용들은 정말 인상적이고 생각할 요소가 많았다. 연명의료란 환자의 병을 낫게 해주지는 못하나 계속 살 수 있도록 조치해 주는 것을 말한다. 즉, 계속 연명의료를 받으면 계속 살아갈 수 있으나 병은 나아지지 않고 평생 연명의료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고, 연명의료를 중단하면 곧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입장이 환자 본인과 환자를 보살피는 보호자가 같으면 큰 문제가 안되지만 다르면 정말 그것만큼 슬픈 일이 없기에 가슴이 매우 먹먹했다. 더 이상 살아갈 가망이 없는 백혈병 환자인 소년은 본인이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연명 치료를 받고자 했다. 부모님들 마저 거의 포기한 상황에서 소년 본인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직 너무 어리기에 살고 싶다고 외치는 소년의 심정을 내가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삶이 이다지도 소중한데 우리는 왜 사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만 하며 허송세월을 보냈나 후회가 됐다.
저자는 사회적 불평등이 개선되어야 건강 불평등이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들이 의료 체계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에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 개선에 열심을 다했다. 돈 많은 사람은 의료 혜택을 풍족하게 누리고 돈 없는 사람들은 아파도 병원을 가지 못하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이 사회에 정의는 없는 것이다. 정의가 바로 서지 않은 것이고 불평등은 악화될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가 부정의 하다면 이는 곧 살인과 다름없다고 WHO는 선언한다.
의료계의 현실을 마주하니 참담했다. 국민들의 복지와 의료 혜택이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제때에 병원을 찾아서 치료만 받으면 괜찮을 병인데 너무나도 가난한 나머지 일하는데 시간을 다 뺏겨 병원 갈 시간조차 없어서 병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건강 관리를 위해 최소한의 병원 진료는 보장해 줄 수 있는 그런 사회는 아직도 이상적인 사회라 불리며 저 멀리 꿈같은 존재로만 남아야 하는 건가. 이상을 바라보자니 현실이 더욱 쓰라리다.
그럼에도 쓰라린 현실에 희망은 있다. 저자와 같은 생각을 지닌 의사들이 힘을 모아 정책을 개선하고 제도와 법을 바꾼다면 꿈같은 이상 사회가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되리라고 믿는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역할은 동료들에게 맡기고 제도 개선을 위해 몸 바쳐 일하는 저자의 판단은 참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의료 사회의 발전을 위해 오늘도 힘쓰고 있는 저자를 비롯한 의사분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