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지능이다 - 신경과학이 밝힌 더 나은 삶을 사는 기술
자밀 자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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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감에 관한 전문 서적이다. 전문 서적이라 표현한 이유는 정말로 전문 서적의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공감의 특성, 작동원리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며 여러 매체들이 공감에 미치는 영향 및 지나친 공감의 위험성까지 공감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핵심 단어인 '공감'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 감정에 관해 생각하고, 그 감정을 배려하는 것"

즉, 타인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고 그것에 대해 생각한 다음에 타인을 배려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타인을 배려하는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감은 친절한 마음을 불러일으켜서 대가를 치르더라도 타인을 도우려고 하며 이것이 타인을 배려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감이 불러일으키는 친절함은 생존 기술이다. 상대방이 나를 돕게끔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친절하게 행동해야 한다. 내가 먼저 친절하게 행동해야 주위의 도움을 받아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저자 또한 친절함을 생존 기술로 활용하였다. 유년시절에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 양쪽 집을 번갈아 다니며 머물렀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마음을 닫지 않고 두 분 모두와 연결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다. 각자에게 맞추어서 친절을 베풀었고 그들의 마음에 진정으로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저자는 부모님 중 어느 한 분과도 멀어지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친절함은 생존 기술이었다. 

그러나 친절함을 생존 기술로만 해석한다면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돕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왜 다른 사람을 도와줄까? 친절을 베풀지 않았음에도 호의를 베푸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설명을 토대로 '공감'이 의문에 대한 답이란 것을 알 수 있다.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의 감정을 함께 느낄 때, 남의 고통을 보면 자신이 그 고통 속에 있는 것 같고 그를 도우면 자기가 도움을 받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공감의 장점은 위와 같으나 나는 오히려 공감의 단점이 눈에 들어왔다. 공감하느라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적잖이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책에 언급된 사례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이야기다. 그들은 매일 같이 생사를 오가는 신생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치료를 통해 극적으로 살아나는 신생아들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도 결국 숨을 거두는 신생아 또한 매우 많다. 여기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는 이러한 죽음을 매일 같이 마주한다. 죽은 신생아와 그의 부모에게 공감하고 감정에 이입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맞이했을 때 그들은 비참함을 느끼고 무력함에 자책한다. 더욱 힘든 것은 이러한 일을 겪고 나서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해야 한다. 

이렇게 공감하느라 지쳐버리는 돌봄 종사자들이 많이 위험하다. 이러한 현실을 같이 사는 가족들은 온전히 알 수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직장 내에서 하루 종일 공감하느라 지쳤지만 정작 집에 와서는 가족들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들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주고 달래준다. 명상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자기만의 '자기 돌봄'을 실천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돌봄 종사자들을 돌보아 줄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마련되어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으면서 회복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고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제공되는 지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공감으로 힘들어하는 그들이지만 결국 그들을 치료할 수 있는 것 또한 공감이라는 것을 알기에 두 손 모아 응원해본다.

자기보호에서 출발한 공감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성장하였고 이제는 미래세대를 향하고 있다. 공감하는 마음을 진화시켜 나간다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진정으로 위하는 사회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수많은 시련과 노력과 희생이 뒤따르겠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향의 사회는 더욱 가치 있으리라 믿는다. 나 자신부터 타인에게 공감하고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닿고 그 마음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퍼진다면 이 사회는 공감으로 가득 찬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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