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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노래
나카하라 주야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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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노래》
✍#나카하라주야 📘#필요한책
예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식견이 부족했기에 작품을 바라보고 읽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기쁨과 동시에 부담이었다. 특히 미술 쪽에 조예가 매우 부족했기에 그림을 보아도 아는 바가 없어 느낀 바를 옳게 표현하지 못했다. 나중에 책을 통해 배경지식을 쌓은 다음 전시회에 가서 미술 작품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클래식은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 덕분에 다양한 곡들을 접하고 식견을 넓힐 수 있었으나 많은 작곡가를 알지는 못한다. 문학 쪽에서는 유독 시가 어렵게 다가왔다. 이 역시 함축적 표현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사실 다른 곳에 있었다. 예술을 '이해'하려는 나의 마음이 문제였다. 예술을 오롯이 느끼고자 한다면 어느새 그 작품이 나에게로 한 걸음 다가올 것인데 나는 그걸 몰랐다. 시를 읽으며 그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 한 구절 한 구절이 머릿속과 가슴속에 새겨졌다.
이 책은 '나카하라 주야'라고 하는 일본 시인의 마지막 시집이다. 감정과 자연에 대해 노래하는 시를 주로 쓰며, 특히 계절별 자연 현상에 대한 감상을 노래한 시가 많다. '부끄러움','덧없음'과 같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자연에 빗대어 표현한 시들은 읽으면 저자의 마음이 투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유월의 비', '호수 위', '달밤의 해변'과 같이 자연을 바라보며 묘사하고 감상을 드러낸 시들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시를 읽기 전에 이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의 삶을 알고 나서 '내 반평생'이라는 시를 읽는다면 느끼는 바가 알기 전보다 훨씬 클 것이다. 이 시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시가 읽으면 어쩐지 서글퍼지고 슬픔이 내재되어 있는 게 느껴지는데 이 역시 저자의 삶과 크게 관련되어 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으나 학교에는 적응하지 못하여 중퇴와 자퇴를 반복한다. 성인이 된 후 첫 시집 <염소의 노래>를 발표하지만 아들이 소아결핵으로 사망하자 충격을 받고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결국 그의 마지막 시집이 되어버린 <지난날의 노래>의 출간을 친구에게 맡긴 뒤 그다음 해 30세의 나이로 요절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서 '내 반평생'을 읽으니 저자의 삶의 애환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고요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당시 그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유월의 비'와 같은 시를 읽으면 포근한 느낌이 든다. '유월'이라는 단어 자체와 여름이라는 계절에 정감이 간다. 시원하면서도 포근하게 내리는 비, 그 비를 맞는 자연 그리고 집 안에서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아이까지 한 폭의 그림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일본 시임에도 한글로 운율과 글자 수까지 맞춰져 있어 번역이 시의 특성을 살려 잘 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를 이해하려고만 했다면 저자의 감정을 오롯이 못 느꼈을 것이다. 시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서글픈 심정을 공감한 상태에서 그의 시를 읽으니 처음에는 읽어내지 못한 저자의 감성이 느껴졌다. 죽음을 바라보는 서글픈 마음, 자연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따스한 마음 등 그제서야 시인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를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때 느끼는 감정의 소중함은 참 따듯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저의 주관적 견해를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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