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동어미전
박정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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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에 가면 좋은 정보도 많이 있지만 신세 한탄에 시월드 흉보기도 그만큼 많다. 나도 시댁이 있지만 한편 시누이이기도 해서, 그런 흉보기에 적극 동참하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 요즘은 다들 분가해서 사는데 뭐 그리 힘들다고 그렇게들 말이 많은가 싶겠지만, 아마도 같이 안 살아 더더욱 남 같고 미운 정이나마 쌓을 수 없는 게 아닌가 싶다.

옛 여인들이 즐기던 화전놀이는 1년에 한 번, 그 서러움과 속앓이를 모두 씻어내는 그야말로 힐링캠프였던가 보다. <덴동어미전>은 경상도 순흥 땅 여인들이 봄맞이 화전놀이를 간 이야기이다. 시집온 지 1년 남짓한 새댁부터 환갑이 된 노인까지, 먹고살기 바쁜 일상은 잠시 미뤄두고 1년을 살아갈 에너지를 봄바람에서, 꽃전에서, 또 성난 마음 어루만져주는 동리 사람들에게서 얻는다.

<덴동어미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쩜 저렇게 삶이 고단할까 싶은 마음이 절로 인다. 그중 베스트는 단연 덴동어미. 날 때부터 인생이 고달팠던 것도 아닌데 열여섯에 첫 남편이 그네 타다 떨어져 죽은 후로는 팔자도 그런 팔자가 없다. 그런 인생을 살아낸 후에 어린 아낙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힘을 지닌다.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 있다 눈을 들면, 화전놀이 온 여인들이 둘러앉아 덴동어미의 인생사를 듣고 있는 광경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남편 때문에 속상한 마음 달래려 결혼 잘못한 것 같아요라고 카페에 글 올리고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뻔한 위로 받기 전에 이 책 먼저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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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 박혜란 할머니가 젊은 부모들에게 주는 맘 편한 육아 이야기
박혜란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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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아이는 세 돌을 맞았다. 남편과 나는 카드에 축하인사를 적었다. (아직 읽진 못하지만.)

먼저 쓴 남편의 글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이제껏 어디 안 아프고 건강하게 잘자라서 고마워요.'

그렇지, 지금껏 크게 다치지 않고 가벼운 감기 외에는 앓은 적도 없는 우리 아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복인데, 그걸 늘 잊어버린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아이를 아프게 한다.

안 돼, 하지 마, 왜 너는 엄마를 괴롭히니, 왜 말 안 듣니, 엄마 힘들어...

내 성질을 못 이겨 소리지르고 화를 내면 아이는 멈칫 하다가도 어느새 슬며시 다가와 내 몸 어느 곳이든 어루만지고 뽀뽀해준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고 오직 나만 바라봐주는 존재, 그것이 아이다.

 

육아전쟁이니 뭐니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동안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경이롭고 행복하고 소중한 일인지는 잊고 사는 것 같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은 그런 마음을 되새기게 하는 책이다. 예전처럼 많은 가족이 함께 살지도 않고 이웃도 사라지면서 젊은 엄마들이 고군분투 아이를 키워야 하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를 이해해주는 책, 그렇지만 힘들다고 남들 하는 대로만 따라가다 보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아이를 오롯이 바라보지 못할 수 있음을 경계하게 해주는 책, 좀 서툴고 헐렁해도 좋으니 그저 아이와 즐겁게 지내는 게 최고라고 응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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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된 삶 - <사기>부터 <모란정>까지 동양고전 걸작과 함께 읽는 중국 문장가 열전
이나미 리쓰코 지음, 김태완 옮김 / 메멘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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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의 제목과 문장가들의 이름만 주워삼킨 과거가 민망하다면, 주저없이 펴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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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플레이스 - 죽어도 좋을 만큼 가슴 뛰게 하는 내 인생의 마지막 한 곳
이기웅 외 지음 / 강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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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정으로 피로해진 몸과 마음을 환기하고자 고른 이 책에서 내가 원한 건 말랑한 봄바람 같은 여행 에세이였다. 내가 원하던 종류의 책은 아니었지만, 잘 모르는 필자도 많고 각각의 글들은 느낌도 높낮이도 다 달랐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의외의 도움을 받은 느낌이랄까. 죽음에 대해, 인생의 마무리에 대해, 내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 장 이기웅 한의사의 글은 자못 충격적이었다. 정말 죽음과 대면했던 경험, 그것은 처음엔 두려움으로만 다가왔다. 칼끝에 선 사람처럼, 죽음을 온몸으로 체감한 후에야 다시 온몸으로 살아갈 기운이 생긴다는 말.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마붑 알엄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도 (유명인인데 나만 몰랐던 듯;;;) 이 책을 통해 얻은 수확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이방인으로만 살아온 그에게 고향 방글라데시는 수상한 관심의 눈길에서 벗어나 고요와 평안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또 새삼 다가왔다. 왜 이 나라는 그가 '죽어도 좋을 만한' 곳이 아닌지. 앞으로도 될 수 없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어느 선배님이 유언장을 미리 써놓고 고등학생 아들에게 주며, 아들에게도 작성해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만의 소울플레이스를 생각한다는 것, 어쩌면 유언장을 미리 써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 생의 마지막을 맡겨도 좋을 장소, 이제부터 나도 생각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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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소비의 진실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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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면, 많은 부모들의 소비는 아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걸 해주고 싶고, 아이가 원하는 걸 사주고 싶은 게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니까.

그러한 부모들의 애틋한 마음까지도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한다. 아이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임산부에게 공짜로 간식을 나누어주고, 각종 질병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여 무수한 항균제품을 만들어내고 또 팔아치운다. '내 아이는 특별하게 키울거야'라는 엄마들의 욕망은 스타의 자녀들이 입은 옷을 폭풍검색하여 '직구'하거나, 한 철 지나면 못 입을 원피스라도 몇십 만원짜리 명품 브랜드의 키즈라인을 사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마케팅 포인트이다.

쯧쯧 혀를 차며 왜 그리 어리석을까 흉이라도 보면 좋겠지만, 나 역시 '항균'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은 제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남들 다 있는데 내 아이만 없으면 안되니까 하면서 별별 물품들을 사들이고, 누가 쓰는 거라더라, 누가 써봤더니 좋다더라 하는 입소문에 휘둘리며 유령처럼 인터넷 쇼핑몰을 떠돌아다녔기에 '닥치고' 책을 더 열심히 읽는 수밖에 없었다.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이 책은 우리가 기업들의 교묘하고 은밀한 마케팅에 얼마나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까발린다. 부끄럽기도 하고, 열도 받고, 통쾌하기도 하다(난 당한 사람 입장인데 왜 통쾌한 느낌이 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불어 마트는 내가 조금 저렴하게 쇼핑하도록 도와줄지는 모르지만, 결코 현명하게 쇼핑하도록 놔두지 않는다는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갑을 아예 닫고 살 수는 없겠지만, 이 책 덕분에 적어도 앞으로는 자존심 있는 소비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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