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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를 쫓는 모험
이건우 지음 / 푸른숲 / 2022년 10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이야기 중 하나가 남이 맛있는 거 먹었다는 이야기. '서울경기 지역 돈까스집들의 탐방기'가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저자가 일본어번역가여서 깨알같은 잡지식-안심까스가 왜 히레까스인지 같은-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심심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많이 먹어본 메뉴로는 단연 돈까스다. 만만하고 든든한 외식메뉴로 이만한 게 없다. 여의도광장에서 자전거 타다가 집에 오는 길에 영등포 어딘가에서 먹었던 돈까스, 수능날 엄마와 단둘이 나가 먹었던 경양식집의 돈까스, 연애할 때 성북동길을 어슬렁거리다 출출해지면 별 고민없이 선택했던 금왕돈까스까지. 그 맛은 희미해졌대도 이만큼이나 많은 추억을 담아내는 메뉴가 또 있을까 싶다. 책을 읽다 보면 '아! 대학로 델리 카레돈까스 맛있는데' '어, 내가 독일 가서 먹은 게 슈니첼이었던가, 모양이 좀 다른데' 하면서 잊고 있던 돈까스의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이다.
그러니 <돈까스를 쫓는 모험>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돈까스를 찾아 떠났다기보다는, 가장 소중한 추억을 찾아, 가장 멋진 추억을 만들기 위해 떠난 모험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먹었던 돈까스를 떠올리고, 그날 누구와 함께였는지 생각해보고 책에 소개된 맛있는 돈까스가게를 누구랑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참치로 만든 생선까스가 있다는 '사가루가스'도, 직접 만든 빵이 나온다는 '에버그린'도, 떡볶이와 돈까스를 함께 맛볼 수 있다는 '젤로 맛있는 집'도 다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