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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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책의 80% 이상이 미스터리 스릴러인 데다, 조금이라도 재밌어 보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책을 사들이던 시절이 있었다. 해리 보슈 시리즈의 마이클 코넬리, 페르 발뢰와 마이 셰발 부부의 마르틴 베크 시리즈,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는 모두 모셔두었고, (본격 추리라기엔 다소 애매하지만) 스티븐 킹의 작품도 50권은 꽂아둘 정도였다. 그 시절 미스터리 스릴러는 내 독서의 모든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만큼은 손이 가지는 않더라. 딱히 일본 작가에 대한 편견 문제도 아니었던 게, 만약 그랬다면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을 이렇게 열심히 챙겨보지는 않았을 테니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는 다른 작가에게는 없는 여백이 있었고, 그 공간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은 듯한 요코야마 히데오의 『64』와 정반대 느낌이었달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조금 달랐다. 이 소설 또한 다른 작품처럼 여백이 자주 눈에 띄었지만,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내 마음은 말끔히 정화되었다. 이 책을 읽을 때의 사정이 이래저래 좋지 않았던 탓에 더 강렬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빤하다고 말했지만, 내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런 느낌을 전해준 작가는 정말 드물었다.

흐릿한 기억을 돌이켜보면, 내 감동은 잡화점에서 쪽지를 주고받은 여러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호의를 전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던 걸까? 아니면, 작품의 결말에서 그들의 호의가 운명처럼 여러 사람을 하나로 이어줄 때, 나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던 희망을 보았던 것일까? 이 정화의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 느낌만은 읽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잡화점에서 건넸던 쪽지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절벽 끝자락에서 내민 손 같았던 그것.

히가시노 게이고가 떠났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부고에 놀란 나는, 이내 그가 남긴 쪽지를 다시 한번 펼쳤다. 책에는 그 시절의 위로가 오롯이 남아 있었다. 그가 글을 쓰는 사람이어서, 그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이야기꾼은 이곳을 떠났지만, 이야기는 오래 남아 우리를 위로할 테니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미지 출처: 현대문학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hdmh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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