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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는 꿈 (리커버)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평점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내 지루하다가, 어느 순간 불현듯 울림을 주는 소설이 있다. 읽는 내내 무얼 느껴야 할지 몰라 허둥댔는데, 구름 한 점 없던 날 갑자기 비를 쏟아내는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깨달음을 주는 소설. 최진영의 『내가 되는 꿈』이 꼭 그랬다.
『내가 되는 꿈』은 서울에서 작은 회사를 다니는 태희와 청소년 시절을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 댁에서 보내는 태희, 두 사람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배경과 시간은 다르지만, 꼭 같은 마음을 함께 가진 채 살아간다. 자기 삶에서 소외된 듯한 느낌. 회사원 태희는 일과 시간 동안 동료들 앞에서 상사의 모욕 섞인 질책을 받아내야 했고, 퇴근 후에는 외도한 애인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혼자 괴로워한다. 청소년 태희는 자세한 사정도 듣지 못한 채 할머니 댁에 맡겨졌고, 이후 엄마와 (특히) 아빠는 딸을 마치 없는 사람 취급하듯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이 소설을 수월하게 읽지 못했던 이유는, 작가가 극적인 사건보다는 두 사람의 마음을 그리는 데 집중한 탓이었다. 그 묘사가 내게는 마치 한때 유행하던 실험 소설처럼 다가왔는데, 나는 솔직히 그런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명확한 줄거리, 뚜렷한 인과가 녹아 있는 서사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마음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의식의 흐름과 같았고, 가뜩이나 내 의식만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 흐름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중반부 청소년 태희는 편지 한 통을 받아 읽게 되는데, 그 편지의 발신인이 태희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혼란은 절정에 다다랐다. 가뜩이나 납득하기 어려운 묘사로 가득 찬 소설에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까지 더해진 탓이다. 그리고 청소년 태희의 답장을 읽는 회사원 태희에 의해 두 사람이 같은 인물이라는 게 밝혀질 때에야 이 소설을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부모님께 버려진 채 아무런 자유가 없었던, 그렇지만 그것을 견뎌야 했던 청소년 태희. 그는 모욕 섞인 질책을 견디는 미래를 꿈꾸지는 않았으리라. 답장을 펼쳐 읽은 회사원 태희는 그제야 자신이 왜 삶에서 소외되었는지 깨달았고, 견디기만 하는 삶 바깥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소설의 마음 묘사를 지루하고 혼란스럽게 느꼈던 것은, 두 사람의 마음이 일상에서 내가 느꼈던 소외감과 똑같은 것이었기 때문은 아닐지.
『내가 되는 꿈』을 읽으면서 느낀 충격과 감동은 ‘내 삶에서 소외된 나’, 나아가 소설의 형식에 대한 다른 생각을 안겨주었다. 삶에서 소외된 것처럼 살아가지만, 우리는 사실 언제든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내 입장에서는) 낯선 형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 앞으로 소설을 이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깨달음은 왠지 이 소설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처럼 느껴진다.
➕ 덧. 표지가 너무 예쁘고 좋았음. 특히 표지 그림이 소설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것 같아 더 그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