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 1600년부터 오늘까지, 진보와 반동의 세계사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김종수 옮김 / 부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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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에서 극찬이 들려오던 그 책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를 나도 이제야  읽었고, 그 독자들을 따라 극찬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읽었던 역사책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했고, 개인적으로는 강력한 올해의 책 후보에 올려두기에 손색이 없었고, 추천이나 소개가 없었다면 아마도 망상처럼 보였을 제목 또한 책을 훌륭하게 아울렀다.


저자인 파리드 자카리아가 역사의 진보와 퇴보를 설명하기 위해 가져온 소재는 자유주의*️⃣ 혁명이다. 대략 500년 전 네덜란드에서 태동한 자유주의가 어떤 발전과 부침을 겪으며 오늘날 세계 질서에 이르렀고 지금은 왜 쇠퇴하고 있는지 역사적 사실에 더해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맥락을 자기만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이 책에서 자유주의는 '비군주제 정치와 자유 시장, 자유 무역, 종교적 다원주의 등 자유주의적 사상과 관행'(p.82)을 의미한다. 즉, 저자에게 자유주의 질서란 정치 체제와 경제 질서, 나아가 세계 질서까지 모두 아우르는 이념이다.



📚 역사는 왜 진보하고 퇴보할까


그래서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 걸까? 저자가 긴 책을 쓰면서 밝힌 이유를 내 나름대로 과감하게 요약해 보자면, ‘관용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반대파(보수파)를 ‘살려는 드렸던’ 온건주의자들은 자유주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나, 숙청하기에 바빴던 급진파는 결국 반동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명예혁명과 프랑스혁명이다. 명예혁명과 함께 출범한 입헌군주제 체제 안에서 왕당파(보수파)와의 갈등을 해결했던 영국의 온건파와 달리, 프랑스의 급진파는 혁명 이후 반대 세력을 반동으로 몰아세우고 단두대에 세우기 바빴고, 타협 없는 혁명은 반동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이다(여기에 자유주의 정치 체제 성립을 가능케 했던 사회경제적 조건에 대해서도 설명하지만, 이 서평에서는 건너뛰기로 한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시기를).


저자는 자유주의의 쇠퇴 또한 같은 맥락에서 설명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확립하고, 소련의 붕괴와 함께 세계 질서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자는 자유주의가 이미 60년대에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특히 68혁명 이후 (새로운) 정체성 정치의 부상과 함께 정치는 양극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60여 년이 지난 지금, 누구나 알고 있듯이 양극화는 누구 하나 죽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을 듯 격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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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성 정치란 “전통적인 다양한 요소에 기반한 정당 정치나 드넓은 보편 정치에 속하지 않고 특정 성별(젠더), 종교, 장애, 민족, 인종, 성적지향, 문화 등 공유되는 집단 정체성을 기반으로 배타적인 정치 동맹을 추구하는 정치 운동이자 사상을 의미한다.”(출처: Oxford Living Dictionaries) 


정체성 정치는 여러 맥락에서 비판을 받아왔는데, 자카리아의 경우 정체성 기반 갈등이 가장 격렬했었던 역사적 사례를 들었다. 실제로 가짜뉴스와 양극화를 다룬 『집단 망상』에서도 “정체성 기반 양극화는 단순한 감정적 반감뿐 아니라 혐오와 반감 같은 신체적 반응까지 포함”하는 갈등을 부른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정치나 철학에서는 특정 정체성에 매몰되어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 같은 보편적 모순을 외면한다는 점에서 정체성 정치를 비판하는데, 특히 이 문제를 좌파 몰락의 기원으로 여겼던 영국의 역사학자 토니 주트는 루게릭병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와중에 구술로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라는 책을 쓰며 정체성 정치를 비판했다(이미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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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


자유주의의 시대는 세계 체제로서든 인권 사상으로서든 저물어가면서 새로운 혼란의 시대가 다가온다고 한다. 세계는 전쟁 때문에 몸살을 앓는 중이고(아직 몸살 수준이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국가들은 반으로 나뉘어 내전 수준의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과연 해결할 가능성이 있기나 한 걸까?


저자는 물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고 나는 공감과 의문을 동시에 떠올렸지만, 이미 지나치게 긴 글을 써버렸으므로 그에 대한 판단은 다른 독자에게 맡기는 것으로 한다. 다만, 그가 언급한 인간 특성에 대해서는 지극히 공감했다는 사실만은 기록해둬야겠다. 인간에게 자유가 중요한 만큼 좋은(또는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열망 또한 크고 중요하다는 것, 모두가 가치 있는 삶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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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앞서 언급한 책,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워크는 좌파가 아니다』, 수전 니먼, 홍기빈 옮김, 생각의힘, 2024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토니 주트, 김일년 옮김, 플래닛, 2012(절판 😢)

『혁명을 팝니다』, 조지프 히스, 앤드류 포터, 마티, 2006(절판 😢)

▶️ 이 책은 정체성 정치를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정체성 정치가 자본에게 잠식되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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