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유명한 작품임에도 섣불리 손을 대지 못했던 까닭은 제목에서 오는 강렬하고 둔중한 충격 때문이었다. 읽고 나서 한동안 앓을 것 같은 분위기의 책이라 지레 짐작을 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재미있었다. 인간을 불신하고 스스로 인간 실격이라 여기는 요조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 만큼 유쾌하거나 즐거울 리 없었지만 그 기묘함이 자아내는 희극적 느낌이 좋았다. 비극 속에 있어서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희곡같은 느낌. 방학 동안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작품도 다 읽어봐야겠다.
민간 기업에 다니던 안도가 회사 내의 위기로 인해 교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을 담고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교사와 학생간의 문제 해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교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학교라던가 교사와 교사 간의 관계를 재미있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중간즈음부터 등장하는 탐정의 존재가 뜬금없게 느껴졌다는 것과 마무리가 약하지 않았나 하는 점만 제외하면 꽤 괜찮았다.
일년 전만 해도 도서관에 갈 때는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들고 갔는데 요즘은 그냥 대출증만 가지고 가서 책을 주욱 둘러본 다음에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사전정보 없이 빌려온다. 누들 메이커는 표지가 화려해서 뽑아봤다가 내용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된 책이다. 마젠의 블랙유머가 가득한 책으로, 중국사회의 물질 만능주의와 부조리를 전업 작가, 전업 헌혈가, 자살극을 준비하는 여배우 등의 인물로 그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살하거나 표현하거나'편이 가장 기괴하면서도 우스꽝스러워서 기억에 남는다.
한 장, 한 장이 강렬한 그림으로 느껴졌다. 화가 클링조어가 죽기 전의 마지막 여름의 관한 이야기인데, 클링조어의 풍부한 감정선을 따라 하루의 일과라던가 그가 밤하늘을 보며 떠올리는 상념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서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읽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확실한 기승전결이 있는 책을 선호하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책은 아니다.
교과서에 일부가 실렸던 입센의 작품, 인형의 집.
수업시간에 이건 주제가 뭐고 어디가 중요하니까 줄을 치고 무엇을 외워라-하는 식으로 배웠던 작품을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그래서 인형의 집도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뒤늦게 전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일단 일부를 봤던 것보다 확실히 전체 내용의 흐름을 알고 나니까 노라를 대하는 남편 헬머의 시선이 확실히 보인다. 노라가 인형의 집을 스스로 벗어나서 다행스러웠지만 노라의 이야기가 과거 여성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은 한탄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