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세계 - 청소년 성장 만화 단편선 창비만화도서관 4
라일라 외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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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출·퇴근길 도서로 청소년 만화를 골랐다. 얼마만의 만화책인지! 4편의 단편만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림체와 스토리의 개성이 뚜렷해서 즐거웠다.

태어난 날과 익숙한 시대는 다르지만 누구나 거쳐가야 하는 청소년기를 다루고 있어서 공감이 잘 됐다. 청년의 나이가 늘어나고 평생 배워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라 평생 방황기를 겪어야 하기 때문일까?  제목이기도 한 <토요일의 세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새가 아니다. 발이 땅에 붙어 있어야 안심된다. 발붙일 데도 없이 날아다니다 보면 결국은 아주 피곤해져서 바다에 풍덩 빠져 버린다. - P33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부러워하지도 후회하지도 않는 거였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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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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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 먹방은 이제 영어로도 먹방이고, 요리 경연대회는 매 시즌마다 성공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의 주제는 음식이니 재료의 비중도 상당하다. 특히 육류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소재다. 마블링이 어떻고, 육질과 육즙이 어떠하다는 말 또한 심심치 않게 쓰인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장면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돼지나 소를 의인화한 극을 보아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로지 미식을 위한 육식 뒤에 자행되는 환경 파괴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적정 체중을 위해 소식, 또는 간헐적 단식을 해야 하는 사회에서 코앞까지 닥친 지구의 위기를 모른 체 하고 있다.

문제를 의식하고 있고 행동해야 할 때임을 알지만 개인이 무엇부터 하면 좋을지 몰라 무력함만 느끼고 었는데, 이 책을 통해 아직 조금 남은 희망을 본 것 같아서 기뻤다.

놀란 돼지가 소리를 질렀다. 한 옥타브 높아진 비명이 머리를 때렸다. 어쩌지 저쩌지… 예상치 못한 사태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오, 이것들이 정말!’ 더이상 참지 못한 나는 벽에 붙은 껌딱지 상태 그대로 ‘용맹한 발-동동-구르기’를 추가했다. - P28

곤포 사일리지는 ‘공룡알’ 혹은 ‘마시멜로’라고도 불리는 목초 덩어리다. - P52

모임의 이름답게 혁명이나 연구 같은 대단한 이야기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곳은 충청도 한복판이었다. 에둘러 말하고, 모호하게 말하고, 누구도 똑 부러지게 의중을 말하지 않았다. 속마음이 새어 나오는 것인지 혼자 되뇌는 것뿐인지 모를 말들이 오갔다. 어쩌면 그냥 환청을 들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 P83

측정할 수는 없지만, 생명을 거두는 데에는 어떤 책임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도축장에 맡겨둔 우리의 책임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 책임은 외면하면 그만인 책임인 걸까? 하루 평균 7만마리씩 도축되는 돼지의 넋은 누가 위로해줄까?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쪼개지고 흩어진 우리의 책임이 어디로 가는 건지 생각해본다. - P139

제사상에 고기를 놓는 이유는 고기가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동물을 잡아보니 생명을 죽이는 꺼림칙함도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을 위한 게 아니라 신성한 존재를 위해 죽인다는 위안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양심의 가책을 해소하는 방법으로써 말이다. - P151

분뇨에 포함된 항생제에는 정화 기준이 없다. 그 때문에 항생제는 하천으로 유입되고 축적된다. 항생제뿐만이 아니다. 진통제, 해열제, 소염제, 호르몬제도 강으로 유입된다. 항생제를 포함한 의약물질이 지속해서 수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 하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수돗물 원수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학계의 경고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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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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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가 있다는 것 말고 다른 매력은 잘 모르겠다. 연작이라고 하는데 매끄럽게 이어지는 건 아니다.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도 빈틈이 생기고 물음표가 동동 떠다닌다. 별장 관리인의 딸(뱀 허물을 모으는 쓸쓸한 개구쟁이), 2부에 나오는 메구미 모녀(가상의 아버지를 만들어가는 모녀의 상상력이 재미있다) 캐릭터는 독특했다.

나를 뺀 세상의 모습을 이리저리 궁리해왔다는 기분이 든다. 내 학문의 방법이 그랬다는 이야기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분명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으리라. - P29

나는 한 번도 작문을 쓰지 않았다.
선생님은 항상 아무 말이 없었다.
엄마도 내가 백지 원고지를 낸다는 걸 쭉 알고 있었다. - P67

무엇에도 몰두할 수 없었지만 몰두할 수 없기에 내가 하는 일이 잘 보였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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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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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페이지는 의리로 읽는 편이다. 그러나 <달까지 가자>의 해설은 소설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과 느낌을 명쾌하게 짚어주어서 감탄했다. 작가가 새롭게 창조했으나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계. 그 세계를 알차게 여행하고 왔다. 책 속의 세계나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속한 세계가 다르지 않았고, 책 속의 인물 역시 눈을 들면 볼 수 있는 사람들처럼 생생했다. 장면 장면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는데 그 어렵다는 드라마화가 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무난 삼인방이 이더리움에 들어가는 순간 말리고 싶었고, 가치가 올라갔을 때도 어느 날 갑자기 손해를 볼까 봐 조마조마했다. 마치 내 일처럼, 내 친구의 일처럼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보았기 때문일까?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어딘지 멍하고 발이 붕 뜨면서도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사람들을 마음 놓고 편히 좋아할 수 있었다. 이 둘과 있으면 내 삶이 딱히 별로라는 생각도 잘 들지 않았다. - P106

어느 순간,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팀장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팀장은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잘 모르는 척하면서 온갖 책임과 실무를 아랫사람들한테 떠넘기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회사를 편하게 다니고 있는 게 아닐까? 꾀쟁이는 내가 아니라 팀장인 게 아닐까? 정말 그런 걸까? - P139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더는 이 회사에 다니지 않는 때가 온다면, 그리고 그때 이곳을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면, 다른 게 아니라 정확히 바로 지금 이 장면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 나는 지금 이 순간의 한복판에 서서 이 순간을 추억하고 있었다. - P156

나 믿을 구석 하나 없는 것도 맞고 그래서 내 인생 책임져줄 사람이 온전히 나밖에 없는데, 내가 날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거. 그 와중에 우리 엄마 아빠 노후마저 아무런 대책이 없고 여차하면 내가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 - P235

나는 열심히 하지 않고도, 노력하지 않고도, 여윳돈을 손에 쥐고 싶었다. 조금만 더 넉넉하게 살고 싶었다. - P249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을 정말로 싫어한다고. 그렇게 사람을 아래로 보면서 하는 말이 어디 있느냐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 정도’라는 말 앞에 ‘나한테는 아니지만’이 생략된 것 같다고 했다. 나한텐 아니지만 너한테는 그 정도면 족하지. 그 정도면 감사해야지. 그런 말들. 기만적이라고 했다. 그런 종류의 말을 하는 사람의 면면을 잘 봐두라고 했다. 그게 정말로 자신을 포함한 누구에게나 모자람 없이 넉넉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를. - P309

언제나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혹은 나 자신의 사소한 실수에도 순식간에 곤두박질쳐질 것만 같았다. 누가 툭 건드리거나 빗물에 미끄러져서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그길로 그대로 추락해버릴 것만 같았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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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아침드라마 - 우리는 마치 예방주사를 맞듯 매일 아침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아무튼 시리즈 47
남선우 지음 / 위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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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시간을 맞추려면 아침마당이 시작하기 전에는 나가야 했다. 직장인이 된 지금은 텔레비전을 켜기도 전에 나가야 한다. 아침드라마는 모처럼 시간이 날 때나 아주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보았다. <엘레지>에 푹 빠져 엄마와 함께 다음 내용이 무엇일지, 저 아저씨난 왜 저러고 저 할머니는 왜 그러는지 물어보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시간에 쫓겨 엄마의 손을 잡고 달려가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TV소설까지는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표지에 나온 아드의 한 장면처럼 밈이 되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는 장면만 알고 있는 정도.

아침드라마가 폐지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시간에 저녁드라마를 재방송한다는 말에 다시금 놀랐다. 무엇보다 아드를 사랑하는 저자가 아드를 보는 관점이 새로웠다. 힘든 일상을 견뎌내기 위한 예방주사라니, 멋지지 않은가!

아침드라마는 아침마다 우리의 인식의 폭을 넓혀주고 편협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허무는 유연하고 급진적인 매체였던 것이다. - P40

<불새>의 세계에서 아버지가 저지른 죄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스스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서정민은 <불새 2020> 세계에서 속죄와 사랑을 모두 쟁취한다. - P77

그때는 분명 맞았는데 지금은 틀린 것들이 보였다. - P79

아침드라마를 볼 때면 늘 조연의 순조롭고 평화로운 삶에 감탄하게 된다. 조연은 모든 면에서 대단히 출중하지는 않지만 철이 없는 대신 구김도 없으며, 쉽게 실수하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용서받는다. 주인공에게 몰아준 위기와 고비와 역경과 운명의 장난은 조연에겐 한갓 강 건너 불구경일 뿐이다. 조연은 드라마의 협찬사가 어디냐에 따라 의료기기 매장이나 의류 매장, 치킨집 등으로 종목만 달라질 뿐 사장님이라는 자리에 손쉽게 입성한다. - P103

그날 내게는 쑝쑝돈까스의 하얀 간판이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의 9와 4분의 3번 승강장처럼 느껴졌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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