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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이동호 지음 / 창비 / 2021년 6월
평점 :
요리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다. 먹방은 이제 영어로도 먹방이고, 요리 경연대회는 매 시즌마다 성공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의 주제는 음식이니 재료의 비중도 상당하다. 특히 육류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소재다. 마블링이 어떻고, 육질과 육즙이 어떠하다는 말 또한 심심치 않게 쓰인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장면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돼지나 소를 의인화한 극을 보아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로지 미식을 위한 육식 뒤에 자행되는 환경 파괴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적정 체중을 위해 소식, 또는 간헐적 단식을 해야 하는 사회에서 코앞까지 닥친 지구의 위기를 모른 체 하고 있다.
문제를 의식하고 있고 행동해야 할 때임을 알지만 개인이 무엇부터 하면 좋을지 몰라 무력함만 느끼고 었는데, 이 책을 통해 아직 조금 남은 희망을 본 것 같아서 기뻤다.
놀란 돼지가 소리를 질렀다. 한 옥타브 높아진 비명이 머리를 때렸다. 어쩌지 저쩌지… 예상치 못한 사태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오, 이것들이 정말!’ 더이상 참지 못한 나는 벽에 붙은 껌딱지 상태 그대로 ‘용맹한 발-동동-구르기’를 추가했다. - P28
곤포 사일리지는 ‘공룡알’ 혹은 ‘마시멜로’라고도 불리는 목초 덩어리다. - P52
모임의 이름답게 혁명이나 연구 같은 대단한 이야기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곳은 충청도 한복판이었다. 에둘러 말하고, 모호하게 말하고, 누구도 똑 부러지게 의중을 말하지 않았다. 속마음이 새어 나오는 것인지 혼자 되뇌는 것뿐인지 모를 말들이 오갔다. 어쩌면 그냥 환청을 들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 P83
측정할 수는 없지만, 생명을 거두는 데에는 어떤 책임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도축장에 맡겨둔 우리의 책임은 어디로 가는 걸까? 그 책임은 외면하면 그만인 책임인 걸까? 하루 평균 7만마리씩 도축되는 돼지의 넋은 누가 위로해줄까?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쪼개지고 흩어진 우리의 책임이 어디로 가는 건지 생각해본다. - P139
제사상에 고기를 놓는 이유는 고기가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동물을 잡아보니 생명을 죽이는 꺼림칙함도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을 위한 게 아니라 신성한 존재를 위해 죽인다는 위안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양심의 가책을 해소하는 방법으로써 말이다. - P151
분뇨에 포함된 항생제에는 정화 기준이 없다. 그 때문에 항생제는 하천으로 유입되고 축적된다. 항생제뿐만이 아니다. 진통제, 해열제, 소염제, 호르몬제도 강으로 유입된다. 항생제를 포함한 의약물질이 지속해서 수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 하천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수돗물 원수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학계의 경고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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