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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의 사각 2 ㅣ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3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두 명의 천재가 벌인 기발한 범죄행각을 다룬 소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할 무렵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가 주된 시간적 배경이다. 자국에 의해 피해를 받은 나라에 대한 언급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한국전쟁을 경제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속내는 소름끼쳤다. 두 천재 중 하나인 스미다의 여성관은 참담한 수준인데 지금 우리나라의 여혐종자들과 비슷하거나 후자가 더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 오싹했다. 스미다를 통해 버튼이 눌린 천재성을 범죄에 쏟아붓는 쓰루오카의 행보가 흥미진진하다. 쓰루오카의 두 여인이 보여주는 대조적인 모습과 범죄에 얽힌 인물의 변화를 보면, 인간군상에 대해 심도 깊은 관찰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쓰루오카는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연출가를 했으면 좋은 쪽으로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능력이나 각본을 짜는 힘, 연기력을 기르는 코칭 등 범죄가 아닌 다른 길로 빠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범죄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긴장감이 넘쳤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 허점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들킬까봐 조마조마했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깔끔하고 균형이 무너지지 않은 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