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인기가요 - 오늘 아침에는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 아무튼 시리즈 39
서효인 지음 / 제철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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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주제인지라 <아무튼, 아이돌>과 같이 읽으면 더 좋다. <아무튼, 아이돌>이 노래를 부르는 이에 대한 책이라면 <아무튼, 인기가요>는 그들이 부른 노래에 대한 책이다. 인기가요를 들으며 걸었던 거리, 같이 불렀던 친구,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래방으로 향하던 장면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사람도 아닌 노래가 반갑게 느껴지는 건 그 노래에 얽힌 장면이 추억으로 남아있는 까닭이겠지.

법은 종종 그게 별일 아니라는 식의 시그널을 주고는 한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빛나던 시절의 눈부심이 덜해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 P32

사는 일은 우는 일에 가깝다. 달라질 건 없다. 슬픔은 다시 차오르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울지 않는다면, 오늘과 다를 것 없을 내일을 맞이할 어쩌용기를 얻기 힘들 것이다. - P51

어쩌면 그들에게 팬과 인기는 문제집이나 참고서 같은 존재일 것이니. 잘 풀어 성장해야 했을 테니까. 어떤 문제는 잊고 싶을 만큼 귀찮고 싫었을 테니까. 어떤 문제는 쉽고 어떤 문제는 어려웠을 테니까. - P76

아무리 몰라도 무언가를 좋아했다는 이유로 손쉬운 사기의 표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건 안다. - P115

무엇보다도 남들이 재미있어하니 나도 재미있어했던 것 같다. - P149

이게 나의 인생이구나. 찬란할 것도 결코 없겠지만, 기어코 참담하지도 않을. 아름답다고 가끔은 말해도 될, 말하지 않아도 결국 그러할 인생. - P165

안녕, 나의 3분. 안녕, 나의 모든 것.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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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A, 중도 하차합니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29
김지숙 지음 / 다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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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A가 <넥스트아이돌스타>라는 오디션에서 TOP5에 들어가며 펼쳐지는 일들. 한창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중이라 더 몰입해서 읽었다. 곡을 만드는 소녀A의 모습에서 겹쳐지는 인물들도 있고, 학창시절에 벌어진 사건이 낯설지 않아서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사실은 인연이 깊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이어지는 구성을 워낙 좋아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 구성이 금상첨화였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뀔 수 있는 복잡미묘한 관계와 유명인을 향한 대중의 심리, 상처를 주고 받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지극히 사실적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의 복잡한 얼굴로, 해답보다는 질문을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감동에서 그치는 책이 아니었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줘서 여운이 길게 남았다.

"선배도 무슨 사연이 있겠죠. 편의점에서 일하다 보면요, 참 다양한 사람을 봐요. 삼 분 만에 도시락을 입 안에 부어 넣고 가는 회사원도 있고, 술 취해서 허공에 화풀이하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노숙자는 매일 십오 분 동안 서성이다가 나가고는 해요. 그리고 가끔, 뭔가를 먹으면서 우는 사람들이 있어요." - P138

"그만둔 게 아냐. 사그라든 거지. 근데 난 연예인이 안 맞았던 거 같아. 지금이 더 행복해. 우리 동네 말로 나같은 애들 ‘천지 삐까리’만큼 많고, 뭐 미련도 없어." - P139

나는 스스로를 투명인간처럼 보이지 않게 행동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기로 했다.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지도 않았다. 누가 말을 걸까 봐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사람이 없는 복도를 볼 일이 있는 것처럼 돌아다니고, 일부러 이어폰을 잔뜩 꼰 다음에 그걸 풀려고 애쓰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 P149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리자 수치심이 몰려왔다. 나는 유진이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서지희가 두려웠다. - P152

열일곱 살에 나는 인생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변화는 계속 일어났고, 스물셋인 지금, 나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와 있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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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인생에 무슨 쓸모인지 묻는다면? - 내 삶에 필요한 한 가지를 찾아가는 인문학 수업 폴폴 시리즈 6
이진민 외 지음 / 책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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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자, 소설가, 사회적기업가, 응용언어학자가 공부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한 책. <철학, 내 삶의 101>편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공부의 쓸모를 네 가지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추천하는 책 목록이 저마다 달라서 ‘다음에 뭘 읽으면 좋을까?’하는 행복한 고민도 생겼다.


장애인의 삶을 주제로 한 3부에서는 최근 보았던 여성 의제가 많이 떠올랐다. 여성을 위한 최소한의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사회로 후퇴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말할 때마다 사지가 멀쩡하다는 이유로 악의적인 괴롭힘을 받고 있으니까. 특히 여성이 의견을 내면 괴롭힘을 사람을 생매장하는 수준에 이르기 일쑤다. 약자를 약자로 인식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자연스럽게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각 부에서 추천한 책 중 읽어보고 싶은 목록을 남겨둔다.


『소피의 세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동굴 밖으로 나온 필로와 소피』,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열정(산도르 마라이 지음)』, 『어른이 되면』,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단단한 영어공부』, 『신지영 교수의 언어감성 수업』,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철학의 쓸모는, 모든 것을 쓸모라는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바로 그런 태도에 질문을 던지는 데 있습니다. - P13

진짜 문제는 제가 뭘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몰랐던 거였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잘 모르면서도 안다고 생각한 거였습니다. 모르면 궁금해하고 질문하면 좋은데, 생각도 별로 안 해 보고 그냥 안다고 생각했어요. - P21

방향을 모르고 달려가는 것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겁니다. 장시간 공들여 물을 길어 왔으면 원하던 꽃을 피울 수 있게 그동안 생각해 둔 꽃밭에 부어야 하는데, 물을 빨리 많이 긷는 데만 급급해서 정작 물을 어디로 날라야 하는지 모르는 바보가 되는 거죠. 가족이나 타인에 휩쓸리지 말고, 삶의 골목마다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 P25

전쟁 후의 폐허에서 생존이라는 시대적 명제를 받아 안았던 지난 세대는 그렇게 해서 우선은 돈을 벌고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에, 방법과 기술에 과도하게 주목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것이 대를 이어 관성처럼 남아서는 곤란합니다. - P31

"쓸모와 인간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입니다"라는, 인간을 쓸모로 판단하고 파악하려는 거대한 움직임에 콧방귀를 뀌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철학의 쓸모입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그런 거거든요. - P42

당선자 앞에 앉은 저는 웃을 수만은 없었어요. 등단의 기쁨은 순간이고 당장 내일부터 커다란 불안이 몰려올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매 순간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고 계속해도 좋을지 잘한 선택인지 불안해할 테니까요. - P62

유한한 삶 속에서 한 개인의 경험은 한계가 있죠. 하지만 같은 조건 속에서도 누군가는 그 세계를 확장시킵니다. 욕망을 품었으나 실패하는 이야기 속 인물을 통해 우리는 깨닫습니다. 삶의 복병은 도처에 있고 느닷없는 복병 앞에서 우리는 이야기 속 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가져옵니다. 우리가 맞이하는 낯선 상황은 더 이상 낯선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견딜 만할 수 있습니다. 아니, 여러분은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P74

새로운 단어를 하나 보고 나니 세상을 칠할 수 있는 물감이 하나 더 생긴 느낌. 새로운 단어를 안다는 건 세상을 더 선명하게 색칠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마치 12색 물감만 갖고 있었다가 24색 물감을 샀을 때의 환한 느낌처럼요. - P142

언어가 생각의 도구라는 말은 단순히 언어를 통해 생각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내 생각이 형성된다는 말도 되어요.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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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엔딩 클럽 티쇼츠 2
조예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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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고르는 기준은 ‘출·퇴근 길에 읽기 적합한가?’이다. 너무 두꺼워도 안 되고, 글씨가 너무 작아도 안 된다. 지루한 내용이라 잠이 올 법한 책은 사절이다. 고르고 골라 이번 주엔 <초승달 엔딩 클럽>을 읽었다. 보통 의리로 꾸역꾸역 읽는 작가의 말까지 재밌게 읽었다. 퇴근할 때 읽을 거리를 남겨 놓느라 신경을 써야 할 정도였다. 그 시기를 지난 사람들은 마냥 부러워하지만 당사자들에겐 죽음보다 깊은 막연함과 불안함이 깃든 10대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민폐만 끼치거나 모든 분야에서 천재인 주인공이 아니라서 좋았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친구들이 우리가 되고, 죽음을 모험으로 바꾸는 과정을 적당한 무게로 표현했다. 생물실 문에 새로 단 자물쇠에 꼭 맞는 열쇠처럼.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도 구질구질한 감정 호소문과 부모님 뒷담화밖에 써지지 않아 그냥 관뒀다. 유서 따위 남기지 않는 게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좋을지도 모른다. - P51

우리가 엔딩을 얕봤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죽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P83

환희가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 병문안을 갔다. 퇴원한 후에는 이전과 다름없이 넷이서 몰려다녔다. 함께 매점과 도서관을 가고 운동장을 회전 초밥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면서도 막상 서로의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는 선뜻 꺼내지 못했다. 표정과 분위기만으로 알음알음 추측할 뿐이었다. - P109

괴물에 쫓길 때에는 살고 싶은 의지가 퐁퐁 샘솟았는데, 현실로 돌아오자 차라리 쫓기던 순간이 그리워졌다. - P112

직면의 순간은 언제나 어렵다. 참담한 기분을 뒤로하고서 마른 입술로 혀를 축였다. 연준은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나는 가까스로 입을 뗐다. - P116

나는 화문의 외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이 도망친 세상에 갇혀 버린 기분을. 족쇄 같은 모든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을 작은 아이를 이제는 편하게 해 주고 싶다고.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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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순정만화 - 그때는 그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아무튼 시리즈 27
이마루 지음 / 코난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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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갔던 작은 서점에서 <밍크>를 처음 보았던 때가 기억난다. 책 냄새가 폴폴 나던 아담한 책방에서 시작된 순정만화와의 인연은 꽤 오래 이어졌다. 월간지의 폐간과 함께 좋아하는 작가의 단행본만 보다가, 요새는 웹툰과도 멀어지고 말았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멀어진 줄도 몰랐던 친구와 우연히 다시 만난 기분이다. 익숙한 작품이나 낯익은 작가의 이름이 나올 때 더 반가웠는데,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보다 슬픈 소식을 더 많이 접해서 숙연해졌다.

‘이번 달 밍크’를 기다리며 서점으로 달려가던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말할 때마다 슬퍼지지만 한국 순정만화 시장의 몰락은 급격하게 이뤄졌다. 그리고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를 놓치면서 그 중요한 시기를 함께 견인한 대다수 독자들에게조차 만화는 현재진행형의 취미가 아니라 추억으로 남게 됐다. 좋아하는 마음은 어떤 면에서 잔인하다. 대가 없는 애정을 쏟는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 특별한 이유나 계기도 없이 느닷없이 그 마음을 철회해버리니까. - P41

최근 많은 여성 소비자가 여자들의 이야기에 환호하는 심리는 ‘남자가 나오는 이야기가 꼴보기 싫다’는 것보다는 ‘여자 캐릭터의 고유성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들 이야기를 더 보고 싶지 않다’에 가까울 것이다. - P53

순정만화를 다시 펼치면 그때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의 면면이 새롭게 보일지도 모른다. 우리조차 잊고 있었던, 그때는 그 특별한 반짝임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많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 P55

영원한 사랑을 찾으면 삶의 모든 게 해결되는 것 같은 ‘열렬한’ 순정만화를 그릴 수 있는 시기가 만화가에게도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더 이상 고교 시절의 사랑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서 그릴 수 없는 시기가. - P82

다이고는 안이 더없이 소중하지만 상대의 상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깨닫고 안에게 말한다. 이제 달콤한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널 행복하게 해주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너 자신이라고. 그러니까 힘내라고, 지지 말라고. 너는 약하지 않다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무모할 만치 순진한 마음이 다른 차원의 애정과 신뢰로 바뀌던 순간. - P103

흔히 쓰이는 여고생 운운하는 이 말이 그렇게도 듣기 싫은 건 남자들의 관계성을 기본형으로 두고 여자끼리의 관계는 우정의 형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여기고, 폄하할 준비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겠지.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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