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쿠 제1장 - 권력의 시작]


오오쿠 시리즈의 두번째. 2004년 작인 [오오쿠 제1장-권력의 시작].
오오쿠의 여제로 군림한 카스카의 일생이 그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은 후쿠(훗날의 카스카)와 에요(히데타다의 정실)의 대립이 치열했던 초반부.

에요는 제 손으로 자식을 기르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에야스의 명에 의해 후계자가 될 장자는 유모의 손에 기르도록 되어 있었다. 에요는 원망할 수 없는 존재였던 이에야스 대신, 유모로 선발되어 온 후쿠에게 그 증오의 시위을 겨누었다. 큰아들 타케치요를 사랑했으나 후쿠의 존재가 거슬렸던 에요는 모성을 억누르고, 뒤이어 태어난 차남 구니치요에게 고였던 사랑을 쏟아붓는다. 급기야 에요가 구니치요를 후계자의 자리에 앉히려 하면서 후쿠와의 대립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때, 에요가 후쿠에게 “배신자의 딸은 믿을 수 없다.”라는 말을 한다. 이는 에요의 외삼촌인 노부나가를 가신이었던 미츠히데가 배반한 “혼노사의 변”과 관계가 있다. 후쿠의 아버지는 미츠히데의 가신이었기에 후쿠를 “배신자의 딸”이라 칭한 건 에요의 입장에서 보면 무리는 아닐 것이다. 드라마의 초점이 후쿠의 일생에 맞춰졌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상당히 축약되서 간단하게 짚고 넘어갔다. 그나마도 후쿠와 관련된 부분만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에요에 관한 부분은 “노부나가의 질녀”라는 사실 뿐이다. 그러나 에요의 삶 역시 후쿠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뭐든지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법,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에요의 과거사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난세에 피어난 꽃]

에요는 노부나가의 여동생인 오이치의 3녀 중 막내딸이다.
난세의 여자의 삶이란 대개가 그렇듯 전장에 나가 싸우는 남자들 못지않은 고통과 아픔이 있게 마련이다. 물론 오이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노부나가에 의해 아사이 나가마사와 정략결혼을 했다-부부의 금슬은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그와의 사이에서 세 명의 딸과 두 아들을 얻은 오이치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천하재패를 목적으로 싸우던 노부나가에 의해 공격받게 된 나가마사는 오이치와 세 딸을 노부나가에게 보낸다. 이때 히데요시는 자신이 열렬하게 사모하던 오이치를 자신에게 달라는 청을 하는데 거절당했다. 오이치는 히데요시를 싫어했는데, 히데요시의 신분이 비천하고 추남인데가 그녀의 아들을 죽였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다. 오이치는 세 딸-차차, 하츠, 에요-과 함께 오다가에 돌아온다(오이치의 장남은 살해당했고, 차남은 출가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이치는 오다가의 비호를 받으며 9년여 동안 세딸과 지내게 되는데, 노부나가는 질녀들과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노부나가 사후, 오이치는 노부나가의 가신인 시바타 가쓰이에와 재혼하게 되는데, 이 역시 정략결혼이었다. 가쓰이에는 히데요시와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되는데 패하여 후퇴하는 상황이 된다. 자신의 본거지인 기타노소 성마저 포위당한 가쓰이에는 할복한다. 이때 오이치는 도망가라는 말을 뿌리치고-“히데요시의 측실이 되느니 죽음을 택하겠다.”라고 말했단 이야기도 전해진다- 가쓰이에와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히데요시는 이 때에도 오이치와 그 자녀들을 구하려고 했다고도 하는데, 갈 곳 없는 세 자매를 보호한 걸로 봐서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로 보인다. 세 자매는 친아버지와 새아버지, 남자형제들의 원수에게 보호를 받게 된다. 오이치의 세 딸들은 미인이었던 어머니를 닮아 모두 외모가 아름다웠다고 하는데, 그 중 오이치와 가장 흡사한 외모를 지녔던 차차는 히데요시의 측실이 된다(후에 후계자인 히데요리를 낳는다).

차녀 하츠는 히데요시 사후의 도요토미 가문과 이에야스 가문을 중재했다고 한다. 그리고 막내 에요는 히데타다와 재혼하여(3번째 혼인이었다) 이에야스 가의 며느리가 된다. 에요의 전남편인 도요토미 히데카츠 사이에 딸이 있었는데, 그 딸은 에요가 재혼할 때 차차가 데려가 길렀다고 한다. 오오쿠에서는 8살 연하의 히데타다를 쥐락펴락하며 실권을 과시하지만, 그 이면엔 이처럼 굴곡진 사연들이 많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같은 장면이라도 더 넓고 깊은 감상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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