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의 화제성을 배제한 조선시대 후궁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상황을 단지 두 여인만의 암투가 아니라 당시 남인과 서인의 형세와 연결지어 보여주었던 부분이었다. 중전이 아니었던 어머니의 위치를 더욱 견고히 하고자 했던 후궁 소생 왕들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생모의 위치를 높이려 했던 이유가 비단 정당성을 굳혀 왕으로서의 위엄을 높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정이 결핍된 삶으로 인한 모정에 대한 애처로운 집착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가장 높고 고독한 자리에 앉아야만 했던 그들 중에는 그 외로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던 이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