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싸이월드 - 내가 그의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일촌이 되었다 아무튼 시리즈 42
박선희 지음 / 제철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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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깃든 것들은 세월이 흘러도 묘한 여운을 남긴다. 사진이 그렇고 노래가 그렇다. 그 두 가지 모두 있는 싸이월드도 당연히 그렇다. 매일이 그냥 힘겨운 수험생 시절 재밌는 글이 보이면 무조건 스크랩해서 친구들과 함께 ㅋㅋㅋㅋ를 남발하며 웃곤 했는데. 내가 팔로우하는 대상은 적을 수록 좋지만,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은 많을수록 좋은 지금의 SNS 흐름과는 확실히 뭐가 달라도 달랐던 시대를 살았다.

완전히 잊고 살았던 싸이월드라는 세계를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과 함께 웃었던 순간을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다.

각별하지만 남세스럽고 애틋하지만 오글대는 그것. 어딘가에 안전하게 간직하고 싶지만 ‘굳이’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지는 않은 그것.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기를 바라지만 ‘딱히’ 자주 들여다보고 싶지는 않은 그것. 그래도 절대로 사라지지만은 않으면 좋겠는 그것. - P14

싸이월드 일촌은 혈육과 구분되는 감성의 촌수였다. 일종의 ‘정서적 친족 관계’였다. - P51

싸이월드와 MSN 메신저가 페이스북으로, 카카오톡으로, 인스타그램으로 바뀌었을 뿐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여전히 동일하다. 차단하고 끊어내고 싶은 사람들, 안 보고 싶은 사람들이 여전히 주변에 득실대고 있다. - P68

그럴 때마다 궁금했다. 수습 주제에 최신곡을 컬러링으로 설정해둘 그 여유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던 것처럼, 야간 보고 자기 차례를 앞두고 동기의 풀 죽은 목소리에 먼저 반응하는 그 세심함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 P80

"이렇게 긴 회사 생활 끝에 남은 게 ‘사내 메신저의 달인’이라니, 결국은 호러인 건가?" - P82

포기하지 않는 것이 ‘진짜 용기’라고 우겼지만, 실은 상처와 아픔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성장해갈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머물렀던 한 시절, 그 관계, 그 감정의 문을 닫고 또 다른 곳으로 넘어가도 괜찮으리란 확신이 없었다. 그렇게 하는 방법을 도통 알지 못했다. - P96

밈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기묘한 느낌을 기억한다.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처음 봤을 때의 어리둥절함이 떠올랐다. 분명히 보고는 있는데 뭔지는 모르겠는 느낌. 마치 용어계의 다다이즘 같았다. 어감도 이상하고, 글자 모양도 이상하고, 의미도 모르겠고, 그 단어의 모든 것이 하나의 전위예술처럼 느껴졌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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