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클래식 - 그 속의 작은 길들을 천천히 걸으면서 내가 겪은 순간들을 꽤 소중히 여겨왔다 아무튼 시리즈 40
김호경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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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외한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점이 많았지만 예체능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기회가 닿아 감상했던 바이올린 공연, 감상문을 내기 위해 어렵게 구해서 듣던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듣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소리를 언어로 표현하고자 고군분투했는데, 전문 기자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니 내적 친밀감이 느껴졌다. 낯선 이름과 곡명이 아직은 글자로 보일 뿐이지만 빈 칸을 하나씩 채워가듯 차근차근 듣다보면 언젠가는 절로 음악을 떠올리며 파생된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좋아하는 마음이란 그 마음의 주인까지도 미처 다 알지 못하는 까닭이 뒤섞여 어떤 장면처럼 남는 듯하다. - P12

반면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다는 건 작품의 내적 원천을 발견하고 그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음, 화성, 박자를 하나하나 고려하면서 어떻게 청각적·정신적 구조물을 세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행위다. 당시의 나는 그 일에서 도무지 어떤 의미를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 P52

고독은 공포하는 순간 고유성을 잃는다. 이제는 누구도 고독하기가 참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가려진 고독의 틈에서 예술의 언어가 피어나고 종이 위에는 시가 쓰인다. - P59

한 손에는 맑고 깨끗한 정신, 다른 한 손에는 세상 속 고통, 절망을 똑같이 나눠 들고, 스스로를 망치지 않을 만큼 노력하면서 군중의 무관심이나 비판에 상처받지 않을 만큼 단단한 정신력을 다져야만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너무 어려운 거 아닌가! - P89

어떤 글은 너무 쉽게 쓰이고 어떤 글은 너무 어렵게 쓰인다. 이렇게까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너무 많은 사람이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게까지 나 혼자 괴로워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놀랍도록 아무도 듣지 않고 있는 것 같은 이야기도 있다. - P96

코플런드는 거슈윈의 부와 명성을, 거슈윈은 코플런드의 지적 우월성을 서로 의식했다는 기록을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 - P127

아무도 몰라주는 일을 하면서도 아무도 몰라주는 일을 하는 나를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을 깊숙한 곳에 품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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