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아이돌 - 또 사랑에 빠져버린 거니? 아무튼 시리즈 45
윤혜은 지음 / 제철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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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팬문화가 꽃 피는 시절에 학창 시절을 보낸 덕분에 누군가의 덕후였던 나의 친구들이 떠오른다. 덕질하는 아이돌 이야기로 웃고 울고 달리느라 바쁘게 보냈던 그 친구들은 지금도 누군가의 덕후일까?

그냥 다, 잘됐으면 좋겠다. 나도 너희도. 모든 게 뜻대로 되지는 않더라도 노력한 만큼은 꼭꼭 돌려받으면서, 아프지 않고. 하고 싶은 걸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지는 거. - P73

나는 노래에 진심이 되어버렸다. 정확히는 노래하는 내가 좋아졌다. 무엇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하는 내가 좋아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인데, 좋아하는 걸 해볼 수도 있겠다는 어렴풋한 예감이 열다섯 살의 나에게 얼마나 벅찬 감정을 안겨다주었는지 생생하게 기억한다. - P91

깨진 마음을 이어 붙이고 부서져 가루가 된 마음을 뭉쳐서 새롭게 빚기를 반복해야만 ‘진짜 노래하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도. 하지만 프로의 세계를 꿈꾼 적 없는 나로서는 당장 이 마음을 상처 입히지 않는 게 더 중요했다. 그 선택으로 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거둬버렸다는 건 참 바보 같았지만. - P95

"아무리 그래도 시간 아깝지 않나? 아이돌 좋아할 시간에 차라리 ○○를 하겠다."
이 말은 웃고 넘길 수 있는 앞선 사례들과 달리 덕후를 다소 자극하는데, ○○의 자리에 무엇이 들어가든 실제로 순수한 제안이나 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중히 거절하자.
내가… 왜요? 그게 좋으면 그건 님이 하시면 됩니다. - P103

아수라장인 마음을 안고서도 틈틈이 행복해하는 내 모습을 나는 다행스럽게 확인한다. 책방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거의 정반대의 현실을 씩씩하게 살아갈 용기를 심어주니까. 어라, 이 기시감, 뭐야…. 덕질하는 나잖아? - P139

한번은 책방에 놀러 온 친구가 물었다. "너는 책상을 이렇게 해놓고 일이 돼?"
아니? 당연히 잘될 리 없다. 하지만 그건 아이돌 탓이 아니다. 일이란 건 태초부터 하기 싫은 것, 잘되는 날이 드문 법이니까. - P173

그런데 이 쇼는 누구를 위해 계속돼야 할까? 덕후의 즐거움을 위해서? 아이돌의 자아실현을 위해서? 미처 이어지지 못한 두 아이돌들의 무대가 잔상처럼 번진다. 여성들이 제 삶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를 찾기에 좀 더 온기 있는 무대를, 안전한 사회를 꿈꿔본다. 그리고 이 바람이 유효한 한 내 삶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든 덕질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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