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 자기 몫을 되찾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야망 에세이
김진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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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절절 옳은 이야기.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다가 형광펜이 닳아버릴 책.

경험에서 우러나온 에피소드에 저절로 공감대가 형성된다.

여자들이여, 각자의 파이를 구하자!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생애 단계마다 싸움을 계속할 힘을 얻을 공간이 여성에겐 필요하다. - P19

이렇게 많은 한국 여자들이 오빠에게 빼앗기고 남동생에게 양보하며 성장 과정에서 무기력과 포기를 체화한단 말인가?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이토록 후려치기 당한단 말인가? - P26

여자는 여자에게도 만만하고 약한 존재니까. - P30

여자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여자에게 가장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여성이란 사실을. - P32

이 흐름 속에서 여성 창작자들이나 사업가들은 구조적 한계와 도덕적 무결이라는 이중 압박에 시달린다. - P33

더 멋진 나로 꾸미려고, 더 나은 남자를 찾으려고 하는 게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사실. 자기계발이 아닌 정치의 영역이라는 사실. 페미니즘이 남성 중심 사회와 가부장제를 향한 생존 투쟁이자 해방 운동이라는 기본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여자들은 많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답답한 브래지어를 벗어던지듯 과도한 도덕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 P34

탁월한 재능을 가진 여성조차도 조직 내 끌어주는 인맥 없이는 장기적으로 배제된다는 사실 역시 당시엔 알지 못했다. 회사 생활을 10년 가까이 했으면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자신들의 이익이 걸린 진실의 순간에 ‘보이즈클럽’이 얼마나 똘똘 뭉쳐 그들만의 리그를 지켜내는지도 내 문제가 되기 전까진 몰랐다. - P40

고분고분하지 않은 여자, 할 말을 하는 여자, 나아가 자신에게 위협이 될 것 같은 여자에게 남자들은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 P41

만약 나와 비슷한 소득이 있다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다음 날 아침 결혼을 박차고 나올지, 남자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 P43

스니커즈 하나를 사도 눈이 빠지도록 검색하고 공부하면서 왜 결혼에 대해서는 그럴 생각을 못했는지. 아마 결혼 제도보다 결혼 상대에게 빠져 있었기 때문이리라. 숲을 보지 못하도록 나무에만, 사랑에만 집중하도록 평생 미디어의 조련을 받은 탓도 있다. - P44

결혼을 통해 사회생활의 조력자를 얻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은 결혼과 함께 조력 노동까지 추가될 뿐이다. - P45

정작 중요한 결혼식 이후의 삶에 대해선 냉정하게 전망하지 못했다. - P46

결혼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굴욕감을 카펫처럼 바닥에 깔고 간다. - P47

결혼의 수혜자가 여성이 아닌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이건 상대의 문제가 아니다. - P48

맞벌이 부부 중 아내와 남편이 집안일을 ‘더치’하는 집이 얼마나 될까?? - P50

남자와 한집에 살 때 어떤 식으로든 여자에게 더 돌아오는 집안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물론 혼자 살아도 가사 노동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마음껏 아웃소싱할 수 있고 눈치 볼 필요 없이 매일 같은 메뉴를 먹을 수도 있다. - P51

남자의 얼굴을 한 국가는 여자들이 닥치고 그들의 그림자가 되어 그림자 노동을 제공하길 바란다. 결혼은 그것을 가능케 하는 가장 쉽고 편한 방편이다. - P53

솔직히 나도 그 ‘보이지 않는 손’을 갖고 싶다. 이런 마음을 도시 남자들은 "나랑 결혼해줄래?"라고 표현한다. - P54

셰프가 대표적이고 최근엔 보험설계사가 그렇다. 취업난으로 수가 늘어난 젊은 남자 보험설계사들은 전문성을 강조하며 기존의 중년 여성 설계사들을 빠르게 몰아내고 있다. - P59

밥보다 비싼 스타벅스를 애용한다는 이유로 ‘된장녀’란 멸칭을 얻고, 하루 커피 한잔 사먹는 대신 불우한 아동을 도우라는 압박 속에서도 여자들은 아낌없이 커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것도 남자들 임금의 63%를 받으면서. - P60

2, 30대엔 내 욕망을 헷갈렸다. 불안을 결혼으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싶었던 건 언제나 남편이 아니라 아파트였다고. - P68

많은 여고생이 간절하게 ‘픽미업’을 외치는 그림이 괴이하지 않은가? 우리는 초이스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해방되는 순간 진짜 힘이 생긴다. 타인이 아닌 나에게 힘을 돌려주자. - P90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녀는 남자들에게 대등하거나 위협적이지 않다. 지켜줘야 할 존재, 시혜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런 식으로 광고나 마케팅에서 쉽게 ‘소녀’가 여성 전체를 대변해 사용되는 것은 안전하고,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다. - P94

그러려면 앞선 세대 여성들이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고작 내가 되겠지"를 읊조리기보다 힘을 모아 정치인을, 국가를 압박해야 한다. 나중에 ‘두려움 없는 소녀’가 자라 똑같은 차별의 벽에 부딪히지 않으려면 말이다. - P95

기회는 사람이 주는 것이다. 나를 인정하고 도와주고 끌어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남자인 상황. ‘보이즈클럽’의 문을 어떤 식으로 두드릴 것인지 젊고 야심 있는 여성은 자기 성향에 맞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 P98

결론은 여성이 아무리 전략적으로 인맥을 쌓으려 해도 ‘보이즈클럽’의 공고한 자기애와 게으름의 벽을 깨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 P100

남자와 같아지는 것만으로도 여자로서 상급이 된 느낌이라니. 이 얼마나 이상한가. - P103

이 야심만만한 미러링에서 변수는 그가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 P104

심지어 경제력이 있는 여자조차 자발적 성적 대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여성이 디스플레이되고 남성이 초이스하는 이 모든 과정은 물 흐르듯 이루어진다. 어떤 강요나 강제의 기운도 없다. 주체적 메이크업, 주체적 노출, 주체적 섹스…… 마치 여자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만 같다. - P105

좋아서 하는 다이어트? 좋아서 하는 덕질? 나의 선택, 나의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이 첫 단계다. - P106

나의 피부, 나의 꾸밈. 그것은 결코 나의 권력이 아니었다.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 외모는 중요한 승진에서 기혼남에게 밀렸을 때 나를 지켜주지 못했다. 프리랜서로 일할 때도 날씬하고 보기 좋다고 일 하나 더 받지 않았다. 남자들은 술자리에서 옆자리는 내어줘도 돈이 되는 기회는 내어주지 않았다. 외모권력이란 말은 그래서 모순된다. - P113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이 내 안에 내면화한 남성의 시선, 남성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착각한 채 살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다른 욕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 P114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가시화된 여성혐오, 여성의 실질적 안전과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 인식과 공감은 여성 대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P123

한 명의 여자라도 더 경제적 독립을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여성이 결혼이라는 가부장제와 분리될 수 있다. - P130

공직자 여성 공천 50% 법안이 현실화되고 기업으로까지 확대되어간다면 지금 각성한 10대, 20대 여성 중 얼마나 많은 국회의원, 임원이 나올까? 상상만 해도 신난다. - P132

전혀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에게도 형님을 향한 필살기 한두 개쯤은 숨어 있었다. 여자들은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 P135

너무 자책할 필요 없다. 어느 순간부터 클라이언트들은 더 이상 고분고분하지 않은 나를 대신할 몸값 싸고 어린 여성 프리랜서들을 찾고 있을 뿐이니까. - P138

여성은 여성을 찾고 여성과 연결되어야 한다. 아이언 펜스로 둘러쳐진 보이즈클럽에 맞서는 데 우먼소셜클럽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조직 안에서든 조직 밖에서든 마찬가지다. - P142

"늘 잘할 순 없잖아요. 제가 사고를 치거나 위에 좀 들이받아도 주위에서 ‘그래도 쟤 괜찮은 애다’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해요. 내 편이 있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어요." - P145

사람들은 정치를 혐오한다. 누가 정치적이라고 하면 부정 평가로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정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방귀나 노화처럼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 P146

나를 포함한 여성의 파이를 지킨다는 공동의 목표만 공유한다면 같은 팀이 될 수 있다. - P148

이건 남자가 되려는 게 아니다. 남성에게 과도하게 쏠린 힘의 균형을 바로잡는 운동, 무브먼트다. - P150

한국 남자에게 빼앗긴 울프, 늑대를 빼앗아 오는 거ㅏ야!
최초 여성의 이름이 에바였고 그 이름은 늑대에서 파생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시인이자 심리북석 전문가인 크라리사 에스테스의 책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을 통해서였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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