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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dy with lapdog / Anton Chekhov : 우체국에 들려 책 찾아오는 길에, 헌 책방을 발견했다. Companion Book. 들어가자마자 고양이가 어슬렁거린다. 오래된 책 냄새에 정신을 잃고 한참을 구경했다. 원래 구해두고 싶었던 카버의 책은 구할 수 없었고, 펭귄북 섹션에서 체홉 단편을 발견하고 들고왔다. 영어표현들이 기대된다. 규모도 작고, 책도 썩 많진 않지만, 오래된 냄새가 가득한 그 곳을 거니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다음 번에 갈 땐, 리스트 작성을 해서 좀 더 꼼꼼히 살펴보고, 타이거 라는 그 고양이와도 인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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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이 곳으로 다시 돌아올 때 그 많은 짐안에 들어있던 책은 급하게 고른 소설책 세권과 전혀 보지 않고 고스란히 다시 들고온 스페인어 교과서 몇 권이였다. 그 세권의 소설책 안에 아모스 오즈의 '여자를 안다는 것'이 있었다. 올해 여름, 알라딘을 알게 되고, 처음 주문한 상품들 중에 있던 것이 역시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 처음에는 손이 가지 않더란 말이다, 아모스 오즈의 작품들이. 읽기에도 적당한 두께에, 책 디자인이 쳐다보기 싫게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님에도 (아모스 오즈의 얼굴 사진을 언뜻 보곤, 엘리엇 스미스를 닮은것 같다며 몇 분 쳐다보기까지 했으니) 쉽게 시작하지 못했고, 결국엔 '나의 미카엘' 마져 이 곳으로 가져 왔다.

9월 학기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조이 디비즌을 따라 부르다, 푸톤에 던져진 '나의 미카엘'을 발견했고, 문장들이, 나에게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라는 단호한 한 문장, 그 문장 이후부터, 나는 이 책이 내 수중의 단 한권의 책인양, 줄 그은 문장들을 읽고 또 읽었다.

화자,한나. 이 한나가 자신의 남편, 미카엘을 어찌 만났고, 결혼을 하였고, 미카엘의 가족들을 만났고, 아이를 나아 기르고 있고, 등에 대해서 얘기한다. 한 사람의 반복되는 일상의 소개가, 한 권의 소설이 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오즈의 표현력, 그 문장들 때문이다. 오즈가 한나였고, 한나는 다시 내가 될 수 있게 하는, 순간 순간의 그 먹먹한 표현들 때문에. 한나가 맞는 그 "하루 하루의 음울한 똑같음" 을, 내가 실제로 겪고, 그 겪었던 감정을 책에서 다시 보는 듯한 절묘함. 그 절묘함때문에, 닳지 않을 것만 같은 절묘함때문에, 자꾸만 옆에 두고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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