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렌즈 통을 잃어버렸다. 보관의 방법이야 쓰지 않는 뚜겅 있는 그릇에 담궈두면 되겠다해서거기다 며칠 두었는데, 문제는 내 양쪽 시력의 차이. 불투명한 그릇안에 동동 떠있는 두 개의 렌즈, 뭐가 왼쪽 것이고 무엇이 오른쪽인지. 0.25정도의 차이야 별 문제없겠지, 하고 아무렇게나 잡아 왼쪽부터 붙이고 오른쪽 붙이고 세 시간 째인데, 침침하다. 아무래도 잘못 붙였나보다. 바뀐 눈알 두개로 '위대한 패배자'를 읽고 있다. 사소한 것의 선택에서부터 어리석음이 묻어나오는 내 생활, 찌질한 패배자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