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링 업
셸 실버스타인 지음, 김목인 옮김 / 지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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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피식 웃게되는 시, 개성있는 그림은 눈길을 끌지만, 잔인한 유머가 담긴 시와 그림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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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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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창에 비치던 나의 얼굴이 기억난다. 파리한 얼굴로 매일의 불안을 기록하던 스물 두살의 얼굴. 흔들리는 동공. 무사히 도착한 그날처럼, 시간이 흐르면 무엇인가는 결정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 P103

책이 아주 살아 있었다. 아주 살아 있어서 책에서는 처음 피가 돌았을 때의 맥박이 펄떡거렸다. 시간 여행도 아니고 시간 여행이 아닌 것도 아닌 어떤 독서가 그곳에 있었다. - P134

1995년 영국의 작곡가 젬 파이너는 <Longplayer>라는 작품을 썼다. 이곡의 연주시간은 천년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20분20초짜리 주제부 여섯개를 조합하여 서로 다른 경우의 수를 연주한다. 1999년 12월 31일에 연주가 시작되어 여전히 연주중이고, 2999년 12월 31일에 연주가 완료된다. - P142

인간은 자연에게 치명적인 일이다. 우리는 자연과 합의를 한적이 없다. 자연은 우리와 계약서를 쓴 적이 없고, 쓰자고 했어도 응해주었을지는 미스터리다. - P149

통제 밖의 세계. 의미가 없는 삶. 그렇기에 겸손하게 노력하는 마음. 그것은 어느 순간 우리를 해방시킨다. 내가 자기혐오에 빠질 때마다, 나의 못남을 탓할 때마다, 나의 삶에 구멍이 나고 균열이 생긴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다시 생각한다. 내가 남의 못남을 탓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나의 오만일지도 모른다고. - P151

그렇게 애서가는 쌓여가는 책을 두고 투덜대면서 또 책을 사고 사고 습관처럼 사고 마는 것이다. 순식간에 불어나는 책을 대책없이 바라보면서, 그걸 또 행복해하면서. 이건 그저 팔자이고 피할 방법일랑 없으니 즐기는 편이 낫다. - P161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 않을 때, 한줄 가사 마저도 부담스럽게 느껴질때. 말로 표현 할수 없는 고통과 표현하고 싶지 않은 슬픔에 압도될때 기대앉을 수 있는 거대한 벽이 거기 있었다. 그 벽이 아니고서는 언어로부터 해방될 수 없었고 감정에 침잠 할수 없었다. 그것이 잊을 만하면 돌아가게 만드는 클래식의 힘이었다. 나는 에밀길렐스와 베토벤과 하이페츠와 사라장에게 학창시절의 일부를 빚지고있다. - P227

우리는 너무나 구석까지 정비된 세계에 사느라 이 모든 것을 질문할 여유를 잃어버렸다. 문득 자기 자신에게 물어볼 시간 말이다. "우리가 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 P240

질문이 자라나는 곳에서 시간이 멈추듯 질문이 멈춘 곳에서 관성이 자라난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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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제 양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마누엘레 피오르 지음, 김희진 옮김, 아르투어 슈니츨러 원작 / 미메시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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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리는 극한 상황이 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가족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도.. 모두 그녀를 인생의 벼랑끝으로 몰아부칠 뿐.. 어린 엘제의 처지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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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은 현실이다. 터질 것 같은 가방도 현실이고 주저앉은 어깨도 현실이며 닳아가는 운동화도 현실이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비현실 속으로 현실이 턱턱 걸쳐 들어온다. - P64

우리가 서로의 엽서인 만큼이나 우리는 어디에선가 좌절해야 한다. 삶은 이어지고 현실은 포장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의 산책, 혹은 여행 같은 산책, 혹은 여행이기를 바라는 산책에는 모두 잠깐의 자기중심적 환상이 있다. - P71

늘 모르는 무언가가 저기에 있다는 느낌, 손에 닿지 않는 따뜻함이 손끝에 걸릴듯 부유하고있다는 느낌, 내가 그것을 잡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고 바라지도 못하고 속지도 못하고 있다는 막연한 공포감, 어딘가 결여되어 있고, 나사가 하나 부족하고, 결정적인 부분이 비어있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살아왔다. 뒤늦게 삶을 겨우 알아가는 이의 밤은 매일같이 서늘하다. - P80

삶은 모든 때에 있으므로 매 시간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늘 내가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 되기를 바랐다. 나에 점점 가까워지는 삶, 내가 아닌 부분을 줄여나가고 나인 부분을 늘려나가는 삶.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삶을 살기를. 그럴수만 있다면. - P82

영원처럼 반복되던 긴 시간을 버텨서 이런 날이 오기로 했다는 것이. 이것을 알려줄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모르고도 울기를 멈추지 않았기에 오늘이 왔다는 사실을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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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향으로 온다. 바람이 면에서 선으로 불기 시작할 때 겨울은 감지된다. 길고, 얇고, 뾰족해 콧속에서 와르르 산산조각이 나는 겨울바람에서는 차가운 결말과 냉랭한 시작의 냄새가 난다. 붙잡지 못한 시간이 우박처럼 쏟아지는 계절. 시간이 눈처럼 따뜻할 일은 없다. - P13

시는 신체 감각이고, 거부할 수 없는 선언이고, 읽는 이와 쓰는 이 모두를 관통하는 물결이었다. - P28

그러니까 늘 꿈꾸다 말고 마시는 자리끼처럼 나는 시를 필요로 했던 것 같다. 악몽과 꿈 사이에 청량한 물을 흐르게 하고, 꿈이 혈관에 스며들게 해서, 그토록 땀 흘리며 삼키던 열도 잠시 내려놓게 하는 것, 대체 이것을, 시가 아니면 무엇이 해줄 수 있단 말인가. - P30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의미했던 준비의 시간은 아주 사소한 순간까지도 지금의 내가 되어 있다.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하나의 글감이 되어. - P49

향유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무엇이든지 예술로 얻고 싶다면 그만한 시간을 기울여야한다. 책으로 진입하는 머리글을 읽을 인내심과 스크린 앞에 꼼짝 않고 앉아있는 두 시간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어색한 분위기와 초조함과 마법같은 이끌림과 불현듯 다가오는 슬픔같은 것들이 몸을 통과하도록 두어야 한다. 우리가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다면 작품 역시 아무것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요약된 소설과 압축된 영화와 후렴만 있는 음악은 심장에 도달할 힘을 잃을 것이다. 예술의 경험이란 작가와 향유자가 시간을 함께 견디는 경험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하게 삶의 경험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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