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은 현실이다. 터질 것 같은 가방도 현실이고 주저앉은 어깨도 현실이며 닳아가는 운동화도 현실이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비현실 속으로 현실이 턱턱 걸쳐 들어온다. - P64

우리가 서로의 엽서인 만큼이나 우리는 어디에선가 좌절해야 한다. 삶은 이어지고 현실은 포장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의 산책, 혹은 여행 같은 산책, 혹은 여행이기를 바라는 산책에는 모두 잠깐의 자기중심적 환상이 있다. - P71

늘 모르는 무언가가 저기에 있다는 느낌, 손에 닿지 않는 따뜻함이 손끝에 걸릴듯 부유하고있다는 느낌, 내가 그것을 잡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고 바라지도 못하고 속지도 못하고 있다는 막연한 공포감, 어딘가 결여되어 있고, 나사가 하나 부족하고, 결정적인 부분이 비어있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살아왔다. 뒤늦게 삶을 겨우 알아가는 이의 밤은 매일같이 서늘하다. - P80

삶은 모든 때에 있으므로 매 시간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늘 내가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 되기를 바랐다. 나에 점점 가까워지는 삶, 내가 아닌 부분을 줄여나가고 나인 부분을 늘려나가는 삶.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삶을 살기를. 그럴수만 있다면. - P82

영원처럼 반복되던 긴 시간을 버텨서 이런 날이 오기로 했다는 것이. 이것을 알려줄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모르고도 울기를 멈추지 않았기에 오늘이 왔다는 사실을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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