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정보라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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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의 날에 읽는 허구의 책에 대한 서평과 서문 모음, 책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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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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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나의 글쓰기는 일반적인 산문 형식을 벗어난 '잡문'의 성격이 강하다. 이는 내가 젊은 시절에 루쉰의 잡문에서 받은 영향 때문이다. 내 또래와 내 선배들 세대에게 루쉰은 지식인의 표상이었다. 루쉰은 자신의 글을 잡문이라고 했고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등 루쉰 잡문집이 여러 형태로 나와 있다. 그러나 루쉰의 잡문이란 그냥 잡문이 아니라 일상사에서 시작해 사상의 담론에까지 이르는 글이다.

옛 문인들의 문집을 읽을 때도 나는 시, 논, 소, 차, 서, 서, 척독 등 정통적인 글쓰기보다도 대개 마지막에 실려 있는 잡저를 눈여겨보았다. 잡저에는 세상만사가 다 들어 있고 거기엔 인생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답사기'라고 해놓고 이 소리 저 소리 다 이야기하는 것에는 이런 잡저와 잡문의 정신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이에 나의 산문집을 아예 '유홍준 잡문집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라 이름 지었다.

유홍준 잡문집-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창비

서문에서 밝히는 대로 저자가 살아 온 인생만사가 다 들어있는 잡다한 글, 그런데 그 저자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인, 저자의 이름만으로도 글의 완성도와 신뢰도가 보장된다는 건 크다. 기념비적인 교양 시리즈가 된 답사기의 역사적인 첫 권이 '남도답사 일번지'였고, 전라남도 장흥 출신인 아버지는 행복한 얼굴로 우리 가족을 차에 태워 고향으로 향했고, 아버지의 가방 안에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이 당연하게 들어 있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내 눈에도 재미있게 술술 읽혔던 답사기가 품고 있던 힘은 강력했다. 책에 부록으로 실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이력서'를 읽고 나면 오랜만에 답사기를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어진다. 일단 이 잡문집을 읽는다. 잡문집도 너무나 재미있다. 잡문집은 원래 재미있다. 한국의 봄꽃을 이야기하는 '꽃차례'나 바둑의 사례로 한미 FTA의 필요성을 역설한 글 '바둑 FTA', 아재 개그의 진수 '문화재청장의 관할 영역'은 재미있고, 답사 여적과 인연이 있었던 예술가를 이야기하는 챕터는 전체가 아름답다. 부록의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과 '나의 문장수업'은 수식어를 더 붙일 필요조차 없는 글이다. 글쓰기 조언은 전국의 학교 글쓰기 시간에 가르쳐야 한다. 이미 답사기가 교과서에 실려 있긴 하지만..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았다고 해서 꼭 글을 잘 쓴다고 할 수는 없다. 서울대 재학 중 긴급조치 4호 위반으로 교도소에 복역하고, 출역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취업하고, 한국미술 평론가로 등단해 한국미술 강의 및 답사를 이끌다 제안을 받아 답사기를 쓰게 되고, 초대박 베스트셀러가 되고, 대학 교수가 되고, 문화재청장에 취임하고, 그 많은 일을 겪으면서 열심히 읽고 쓰고 답사하고 사람을 만나고 느끼고 강의하고 이 모든 일들을 다시 또 글로 남긴다. 그렇게 쓴 잡문이 또 너무 재미있다.

작가님은 친절하게 15가지 항목으로 좋은 글쓰기를 위한 조언을 조목조목 달아 주셨지만, 글재주 없는 형편없는 제자로서 '이 책 너무 재미있고 훌륭합니다!'를 최대한 늘린 게 이 글이라 송구합니다. 저는 다시 '남도답사 일번지' 읽으러 떠나봅니다 총총-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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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테
차학경 지음, 김경년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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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폭설과 함께 도착한 전설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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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슴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4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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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모든 작품을 읽었다고 착각한 나의 오만을 반성하며, 1998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을 읽는다. 문학동네에서 2017년에 한국문학전집으로 판형과 장정을 바꾸어 새롭게 출간된 판본이다. 두껍고, 어둡고, 무겁고, 읽는 걸 멈출 수 없다.


첫 장편 속에 이미 [채식주의자]의 영혜가 의선이라는 이름으로 발아하고 있었다. 햇빛을 갈망하며 고기를 거부하고 상처입은 짐승 같은 식물적 인간의 모습. [작별하지 않는다]의 제주에 퍼붓던 눈보라가 여기서는 강원도 깊은 산골짝의 사라진 마을 어둔리에 쏟아지며 사라진 의선을 찾아 온 인영과 명윤을 어둠 속에 가둔다.


아주 어둡다. 인영이 필사적으로 찍고 다닌 검은 바다의 어둠, 의선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한 어둔리의 어둠, 사진가 장이 찍은 탄광의 어둠, 탄광 속에서 존재한다는 검은 사슴. 하늘을 보고 싶은 소망을 품었으나 햇빛이 닿는 순간 녹아버린다는 그 짐승은 인영에게, 명윤에게, 의선에게, 장에게 깃들어 있다.


외롭다. 서로 연결되기를 원하면서도 밀어내고 원망하고 그러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인물의 외로움이 사무친다. 특히 인영의 외로움은 인영이라는 인물 그 자체로 굳어 단단한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오히려 한강 작가님의 이후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여성 인물 중 가장 마음이 가닿는 캐릭터가 되었다.


-424쪽, 빛 속에서도 나는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적막감을 느끼곤 했다. 어떤 외부의 빛도 맨살로 직접 느낄 수 없게 하는 어둠의 덩어리가 내 몸을 두꺼운 외투처럼 감싼 채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오히려 캄캄한 방보다 밝은 대낮의 거리에서, 나를 결박하고 있는 어둠의 무게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러 사람이 떠들썩하게 어울리는 자리에서 그 어둠은 더 가깝게 느껴졌다. 깊은 수심 어디쯤의 먹먹한 침묵 같은 어둠이 내 웃음을 봉하고 몸을 묶었다.


다 읽은 뒤 내가 어둔리의 어둠 속에, 폐광 깊은 곳에 갇힌 느낌이 든다. 검은 소설, 작가님의 [흰]과 극단에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순도 높은 어둠의 문장들. 어둠 속에 잠긴 채 빛을 꿈꾸는 인영과 의선과 명윤과 사진과 장과 모든 등장인물들, 그리고 작품을 읽은 독자 역시, 어둠이 우리 몸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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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우리를 발견하기를
대니 샤피로 지음, 서제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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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광년의 먼 거리로 떨어져 있는 별들이 하나의 별자리로 이어지듯, 우리 역시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선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가 가진 고독감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 밤하늘에서 별을 보기, 소설 읽기, 옆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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