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와 타자기. 종이를 보면 나는 글을 쓸 생각부터 하고, 타자기를 보면, 완전 미쳐버린다. 글쓰기는 다른 무엇과도 별 관계가 없다. 종이와 타자기가 전부다. 그래요, 데리다 선생님. 여기, 아마도 제가 궁극의 해체주의자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보이지는 않더라도요. 실로 의미 있는 어떤 것도 없다. 단어들, 단지 단어들. 혹은, 좀 더 정확하게는, 문자들. 당신은 그냥 앉아서 타자기를 두드린다. 그게 전부다. 문자에 이어지는 문자, 단어에 이어지는 단어. 어떤 단어일 수도 있고, 다른 단어일 수도 있다-별 차이는 없다. 그저 타이핑일 뿐. 문학은, 친구여, 저기 바깥의, 현실 세계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네, 현실 세계 같은 게 있다면 말이지만.
요나스 메카스, 수동 타자기를 위한 레퀴엠, 시간의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