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기담 : 매운맛 여름기담
백민석 외 지음 / 읻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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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기담-매운맛]을 받아들면 처음 드는 생각은, 표지 디자인이 대단하다!


펼쳐들고 읽다 보면, 이게 '매운맛'이라고..?


첫 작품 백민석의 <나는 나무다>, 시작부터 '나는 나무다. 사람들이 내 발밑에 와서 시체를 묻고 간다.'로 강렬하게 시작되는 이야기. 수많은 시체를 발 아래, 아니 뿌리 아래 두고 있는 오래된 나무의 서늘한 시점은 서술의 직접적인 측면에서 가장 원초적인 공포를 유발하는 단편이다.


한은형의 <절담>, 과거 구천사의 암매암에서 화자인 내가 '본'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내 기억을 확신할 수 있는가? 가장 난해한 작품.


성해령의 <마구간에서 하룻밤>, 마굿간을 별장으로 개조한 곳에서 지내는 주인공 문진은 친구 순연의 방문과, 팔려고 내놓은 별장을 보러 왔다며 찾아온 노부부의 방문으로 혼란에 빠진다. 저들은 왜 주인인 나를 은연중에 무시하며 이곳을 제집마냥 지내고 있는가? 이야기의 끝에 가면 어떤 깨달음이 온다. 뒷맛이 좋지 않은.


성해나 <아미고>, AI가 일상이 된 세계 속 로봇이 액션배우 자리를 차지하고 유일한 인간 액션 배우로 남은 나, 그런 나에게 로봇은 위험한 스턴트 액션을 대신 받아내며 마지막 말을 남긴다. '당신은...무사할 거야, 아미고.' 그 로봇은 왜 그런 말을 인간인 내게 남겼을까?


이게 왜 매운맛이지? 의아한 상태로 계속해서 읽다 보면 서서히 올라온다. 혀끝이 마비되며 끈질기게 불편한 아린 뒷맛이 느껴진다. 이 이야기들은 천천히 음미하며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어야 그 매운맛을 느낄 수 있다. 캡사이신의 불타는 매운맛이 아닌 혀를 굳게 하는 아린 매운맛.


공포는 현실에, 이 사회에, 소설의 바깥에 있다. 우리는 어쩌면 그 같은 진짜 공포에서 도망치기 위해 책에서, 영화에서 공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름기담-매운맛] 41쪽


위의 말대로 우리는 현실의 매운맛을 잊기 위해 이런 [여름 기담]과 같은 이야기들로 가끔씩 혀를 마비시켜 놓는 것이 필요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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