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Volume 1, No. 1 - Summer 2006, 창간호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아시아]를 읽는다. 첫 부분, 소설가 방현석 주간의 '레인보 아시아'를 보는데, 눈에 익은 베트남 작가들, 반레라든가 바오 닌 등이 나와 낯설지가 않았다. 그만큼 베트남과의 정서상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반증이리라. 하지만 발간사에서 이대환이 썼듯이 기타 다른 아시아 나라들, 필리핀이라든가 라오스 같은 나라의 문학 및 문화는 모른다. 같은 아이아권에 있으면서 미국이나 유럽권보다 더 먼 나라들이다. 그 틈새를 비집고 문예계간지 [아시아]가 들어섰다.

(한국에서의 문예지의 인기가 시들한 것과 비교해보면 역설적 상황이기도 하다.)


나는 먼저 [아시아]의 목차 중, 편하게 볼 수 있는(?) 시부터 읽기 시작했다. 몽고 시인 칠라자부가 쓴 시, ‘사랑하는 아버지’를 읊으며 요즘의 우리 시와는 다른 감수성을 발견하고 기뻤다. 몽고의 초원처럼 자연과 생명의 노래, 영감으로 가득찬 시인의 시 구절들…….

(첨단문명의 이미지들이 차용된 우리 시와는 얼마나 다른가.)


"아버지는 보슬보슬 내리는 여우비를 좋아하셨네.

묵은 나이를 한 살씩 데려가는 철새들을 사랑하셨네.

(……)

어머니 대지가 부르셔서

아버지의 허리는 땅에 가까워지셨네."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의 단편소설 ‘물결의 비밀’은 또 얼마나 치명적인가. 불과 3쪽에 걸쳐 있는 짧은 분량이지만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 어떤 장편보다 훌륭하다. 베트남전쟁 때 미군 폭격으로 일어난 비극적 상황에 대해 이렇게도 쓸 수가 있고, 이런 감동을 줄 수가 있구나. 젊은 아빠와 아내와 아기, 그리고 아내를 삼켜버린 강물을 생각하며 그 슬픔에 깊이 빠져들고 말았다.

(이런 소설이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 작가들에게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팔레스타인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그린 ‘나를 너무 밀지 마’도 의미심장하게 읽었다. 신문이나 TV 국제뉴스의 단골을 장식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 그리고 그 내부에서 갈등하는 지식인들에 대해, 언론매체의 정보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살아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 글을 읽으며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시아]의 창간 목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소통하는 아시아’가 이미 내 안에서 구현되고 있다.)


아쉬운 점 하나, 문예계간지이기에 아시아 작가들의 글이 주요 지면을 장식하겠지만,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서로의 문화를 비교해보는 장을 제공해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마지막 장에 ‘도깨비’에 관한 글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런 류의 주제를 더 많이 확장시켜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면 좋겠다. 더불어 사진(흑백사진이라도) 이미지들도.

(너무 욕심이 과한가?)


하여튼, 새로운 실험과 의미있는 가치를 생산해줄 [아시아]가 더욱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읽은 김준태 시인의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에 실린, 반레 시인과의 인터뷰가 생각나 그 글로 마무리 한다.


“모든 잘못은 항상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하는 데서 비롯합니다. 베트남에 한국의 대중문화는 많이 소개되고 있지만 문학을 비롯한 고급문화(귀족문화를 지칭한 것은 아니다)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베트남과 한국의 문학작품이 서로간에 많이 번역되어 읽혀졌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을 통해 서로 이해하는 데서 서로간 좀더 가까이 사랑할 수 있게 되리라고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