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글날이 어제로 오백예순번째 돌을 맞이했단다. 국보 1호로 지정되어야 함이 마땅한 우리의 가장 큰 보배, 한글! 이제는 국경일이 아니지만(진정 한글날이야 말로 국경일로 기념해야 하는거 아닌가! 정말 답답하다!! - 0-) 여전히 소중한 한글날을 맞이하며 그동안 나는 과연 한글을 제대로 아끼고 사랑했었는지 잠시나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한글이 없다면..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득해진다. 아마 끝없이 펼쳐지는 한자와 씨름하고 있겠지. 그런 생각만 해도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님이 너무너무 고맙다. 물론 지금도 한자와 완전 담 쌓고 살 수는 없는 시대지만 말이다;

 한 나라의 글은 그 민족의 얼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때 일본이 악착같이 우리말과 우리글을 쓰지 못하게 했던 것도, 그완 반대로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그 참혹한 시대에 우리의 한글을 지키시려 고군분투하신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목숨처럼 지켰던 우리말이 일제강점기때 일본말들로 얼룩진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국어순화운동으로 많은 부분이 정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생활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말의 찌꺼기들을 대할 때면 짧은 세월동안 우리말을 더렵힌 일본놈들이 참으로 미워진다. 일본말로도 모자라 요샌 무분별한 영어와 인터넷용어들로 한글이 몸살을 겪고 있다. 어느 언어든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변화를 겪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지금의 추세는 심히 걱정스럽다. 그 흐름과 변화가 부디 분별있는 방향이어서 보다 빛나는 한글로 다듬어지길 바랄 뿐이다.

 

 이정명님의 <뿌리 깊은 나무>는 이렇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한글 창제의 숨은 이야기를 팩션의 형식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 소설이다. 평화롭고 풍족한 시대로 알려졌던 세종대왕의 시기에 연쇄살인 사건이라니! 어느날 궁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연쇄살인사건으로 벌어지고 그 자취를 쫓던 열정청년 겸사복 채윤이 연쇄살인사건의 뜻밖의 기본 원리를 알아내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열기를 더해간다. 더불어 나의 책장 넘기는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 ^;

 사건의 핵심으로 다가가는 동안 주인공 채윤은 주변의 많은 학자들을 통해 여러 사실들을 접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 안에는 수많은 지식들이 응축되어 있다. 특히 소설의 배경이 조선시대 중에서도 다양한 방면으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세종대왕 시기이기에, 이야기를 이루는 수많은 지식들이 음양오행의 철학은 물론이고 기타 여러 분야- 산학(수학), 역학(천문학), 음악, 역사, 언어학, 건축, 미술 등에 대해 방대하게 걸쳐져 있다. 그리하여 책장을 넘길 때마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해박한 지식과 그것들의 영리한 조합에 연신 감탄하게 된다.

  

 <뿌리 깊은 나무>는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장르적 매력, 방대하고도 깊이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전개, 서로 영리하게 맞물려있는 사건의 조합 등으로 우리가 살지 못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극의 묘미를 한껏 살려내며 충분한 소설적 재미를 주는 훌륭한 작품이다. 그러나 살짝 아쉽게도 뒷통수를 맞은 듯 짜릿한 반전을 던져주진 못한다. 물론 마지막 반전이 있긴 하지만 반전의 강도가 다소 약했던 것은 못내 아쉽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는 가슴을 뜨겁게 하는 '그 무엇'이 담겨 있다. 팩션이기에 다소 과장되었다 할 지라도 백성들을 위해 근심하며 연구하는 진정한 이 나라의 선비들의 모습이, 자신의 몸보다 국민들을 더 생각하기에 골몰하는 국왕의 모습이 <뿌리 깊은 나무>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 백성들을 위해 개혁을 단행하고 이를 실천하는 역동적 군주인 세종대왕과 그를 보필하는 집현전 학사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가슴 저 한켠이 뜨거워진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과정이 힘들다는건 누구나 안다. 그러나 창작의 고통 못지 않게 그 창제를 막는 반대파들과의 대립과 논란의 어려움이 그렇게까지 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한글이 창제되어 그 문자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실용화하는 어려움은 쉽게 짐작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독자적인 글을 만들어 사용하는 일에 대해서도 중국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기막힌 그 시대상황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하긴, 조선의 달력을 만들어 '조선력'이라 부르지 못하고 '칠정산'이라고 불러야 하는 시대였으니 달력에 비교할 수 없는 문자에 대해선 오죽 했으랴.. 한글날 이 소설을 읽으며 새삼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고, 그들이 더더욱 자랑스러웠다.

 

  오백예순번째 생일을 맞이한 한글날에 읽어 더욱 뜻깊었던 소설, <뿌리 깊은 나무>
이 소설은 당연한 듯 별다른 생각없이 썼던, 그러나 너무나 소중하고 자랑스런 우리의 '한글'과 한글의 탄생을 위해 고군분투하셨던 그 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줬다. 그래서 더 좋았고, 더 고마운 책이 아닌가 한다.

 자~ 이제 당신도 숨가프게 범인을 추적하는 겸사복 채윤과 함께 한글 창제의 뒷이야기를 파헤쳐보는 여행에 함께하길 추천해 본다. 더불어 이 특별한 여행이 우리의 소중한 한글을 더더욱 사랑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욱 고마운 일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외에 우리가 잊고 살았던 소중한 우리글, '한글'에 대해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소설 <뿌리 깊은 나무>. 강추다!! ^ -^ 

 

 
아참!
갠적으로.. 암울한 한문의 수렁에서 건져주신 세종대왕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2006-10-1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책 아이들에게 보여 주려고 사려다가 못 사고 여름을 지나버렸네요..
겨울방학으로 미루어야 할듯 싶어요..^^&

별빛속에 2006-10-1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배꽃님, 겨울방학땐 잊지말고 꼭~ 읽게 해 주세요. ^ ^;;

레이디제인 2006-10-1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날 이제 국경일이랍니다. ^^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국경일로 다시 승격됐어요!!

별빛속에 2006-10-18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래요? 정말 무엇보다 기쁜 소식이네요!! ^ 0^
이제 한글을 국보 1호로 지정하는 일이 어여 실현되길 바래야겠네요~ ^ ^